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탄다

자식은 여러모로 업이로소이다

by 연꽃부용

개,돼,쥐를 낳고 밤마다 잠든 그 자들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몇 해 동안 십이지신들을 만나볼 기회를 얻지 못하던 때는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개, 돼, 쥐를 3년 동안 내리 영접한 후 몸서리치게 체감해서다


아예 없었던 이들이 눈 앞에 실체를 드러내자 한꺼번에 잠잠하던 업풍이 몰아쳐 불기 시작했다


가지가 늘었으니 바람도 잘 타더란 말이다



관뚜껑에 못을 박기 전까진 업을 닦아야 하는 처지임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세상에 없던 개, 돼, 쥐

그들의 경향성은 미처 드러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던

반려와 나의 진한 업들을 낱낱이 확인시켰다


선하고 바르고 어여쁜 업부터

감추고 드러나지 않고 부정하고 싶은 업까지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느냐 묻듯

세 신들을 부양할 자격이 있는지 보겠노라 하는 듯

불기 시작했다



두 무릎을 꿇고 엎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맞딱드리고

눈 앞에 확인할 수 없는 신을 찾고

영혼이라도 팔아 불확실한 모든 것들에,

보장 받을 수 없는 그 미래의 안녕을 약속 받고 싶었다


결국은 손수 본인이 싼 똥을 치우듯

스스로 그 경향성들과 마주하고 거부도 하고

부정도 하고 무너지고 체념하며

받아들이고 녹여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세 신들도 점점 인간의 형상에 그치지 않고

사람 같아졌다

나는 더 사람 같아지고 조금 더 성숙한 인지능력이 개발됐다


이 삶이

신들의 계획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윤회의 굴레에 갇힌 돌림노래 가사 같은 처지에 놓인

우주 의식의 파편들이 엮인 인연이라 해도 무방하고

그냥 생사의 굴레를 도는 자연적인 순환 법칙의 일부라 해도 무방하리라


십수 년을 그들과 비비고 살다보니

뾰족했던 외형이 알게 모르게 마모돼 둥글어지고

보이지 않는 눈이 무서워 더 반듯하게 걷게 되고

내 눈에 눈물은 감사하고

남의 눈에 눈물도 아파지더란 말이다


그 사이 업이 좀 녹았나 싶어 한시름 놓으니

이 놈의 세 사람이 업을 만들어 나의 업과 엮어 물레를 돌리고, 그 사이 어디를 끊고 어디를 이어붙여야 하나 싶게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 냈다, 그러고 있다


그 길로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바닥에 바짝 엎드려 버렸다


나마스떼


어찌 제가 저와 동등한 신들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리요

당신들 서원한 삶이 있을 테니 육신을 살리는 데

먹을 것 잘 대고

짐승들이 하는 양육 정도 수준에서 힘쓰겠나이다


의식 수준 역시 당신들이 나보다 나을 터

그러니 고무신 대신 운동화

구루마 대신 비행기를 보는 세상에 나지 않았겠소


향후 몇 년 후면

내 머리 꼭지에 올라서서 이 시대 이 시절을 재설계하고

주류를 이끄는 무리에 속할진대 겸손하게 몸과 마음 낮춰

당신들 앞에 엎드리겠나이다


대신 부족하나 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부를 따라 이 생에 발을 들였으니, 반듯한 길로 가는 것만큼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안내하겠소


야마, 니야마

십계명

팔정도

성인들의 안내로 살다보니 아무래도 그 방향이 가장 낫다 싶으니, 아는 바 없는 허수아비 부모일지라도

홀로 가리다 할 때까진 묵묵히 안내해 보리다



그렇게 인간된 욕심이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나와 부단히 싸운다


사람도 자연체 일부다 보니 세월이 쌓여

그만 안 봐도 될 것이 자연 보이고

그간 확인할 수 없었던 진실들이 훤히 모습을 드러내니

그 사실을 막무가내 발설할 수도 없어

침묵을 종용하느라 바쁘다


개, 돼, 쥐의 환골탈퇴의 순간이

밤을 틈 타 도둑이 들 듯

누추한 행색으로 신이 방문하듯

그리 슬쩍 이루어질 때나

나는 업을 낳은 밧줄에서 풀려나 해방을 맛볼까


하루 하루가

업을 닦고 청산하는 데만도 부족한 것을 알고

닦으며 청산하는 일은 물 건너간 지 오래

순간 순간 닥친 지금

한 생각 바로 세워 살아내는 것만이라도 해보자


하루 한 순간만이라도

업풍에 휩쓸리지 않고 승리해 보자

다짐해 본다



옴 샨티 샨티 샨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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