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솔직하자

그녀가 알 리 없는 배려

by 연꽃부용


그녀를 향해 나는

당신은 치매환자예요, 라고 말 못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되기 전

얼마나 그 병증을 두려워했는지 너무 잘 알아서다.


수해 전부터 치매를 예방하겠다고

뇌 영양제를 챙겨 먹고, 노환으로 깜빠깜빡하던 남편을

치매환자로 몰아 자식들을 수시로 불러내릴 때도

들키지 않고, 아니 아예 치매는 죽는 순간까지 당신과 상관없는 현상이라 굳게 믿어서다.


그녀의 치매 증상으로 남편이 복용하던 약을 끊고,

그 바람에 남편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갈 때도

이제는 늙어 쓸모 없어진 남편 탓으로 모든 상황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도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그렇고 믿고 있다.

멀쩡한 그녀는 지금 갇혀 있다.

개만도 못한, 정성 들여 뒷바라지 한 자식들이 그녀를

그토록 가고 싶지 않던 그곳에 가두었다.

그녀는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

너여서 속 얘기를 한다며 서럽게 울었다.

젊은 남편을 두고 자식 가르치겠다고 장사를 떠난 당신이 후회스러운 듯 그 시절 얘기를 쏟아놓는다.

백구두에 베레모를 쓰고 다방을 드나들어 밉던, 떠난 님이 그리운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입을 열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치매야.

뭔소리여. 나가 그럴까봐 치매약도 먹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강한 저항감을 띠는 순간

나는 타이르듯 얼르듯 왜 그녀가 치매인지 설명한다.

1분 전의 통화 내용을 묻고, 오늘 나에게 몇 번째 전화를 했는지.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가 당황한다.

그 잠깐의 순간 그녀가 보인다.

슬퍼지는 그녀가.

그 사이 1분이 지나고 다시 그녀가 입을 연다.


ㅇㅇ가 나를 여그 가둬두고 영 안 내보낼라고 하는가벼.


점점 짧아진다.


짧아진다.



기다리는 앞날은 낭떠러지를 마주한 듯 짧고,

그녀가 걸어온 과거는 어둠 속에 길게 빨려든다.


아무리 뒤돌아보지 말라고 소리쳐도 뒤로 간다.

그녀의 혼을 붙들고 이 순간에 묶어둘 수도 없다.


몇 분 사이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가 온다.


나여, 나가 나가면 통장에 돈 있는 거 찾아서 너한테 줄라고.


나 주려고? 난 좋지~.


그려, 나가 너 줄 거여.


그녀의 멈춘 기억에는 한창 분유 값도 기저귀 값도 없어

하루하루 걱정을 끼치던 내가 그녀를 부르는가 보다.


긴 밤

멍하니 눈 뜨고

혼을 찾고 있을 그녀,

언문을 깨치지 못한 혼은 길을 어찌 찾을까...


아버지, 때가 되면 잘 이끄소서.



옴 샨티 샨티 샨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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