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진개대비은 無緣眞箇大悲恩

인연 없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대자비의 은혜라네

by 연꽃부용

무연진개대비은 無緣眞箇大悲恩

"인연 없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대자비의 은혜라네"


문득,

이 법구가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이승에 인연 닿아 있다

온갖 채무와 빚으로 업을 짖고 떠난

무명의 고혼을 위로하는 데 쓰이는

부처님 법이다.


노래로 엮어 인도하니 게송이라 하고

뚝 떼어 놓으니 참 슬프고 아프고 애닯다.


누구나 죽음의 강을 건너

기억에도 없는 본향을 찾아 떠나야 할 저승길에

누가 남아서 나를 위로해 줄까 싶지만

나라도 남아 떠나가는 이를 위로하고자 선택했던

1년 365일 중 딱 하루

그들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는 내가

무엇을 알아 그리했을까 싶은 마음에

더 마음이 축축하게 젖어온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다 자주 통화를 하고 있는 어머니 탓이려니.


이제는 불과 몇 분에서 몇 십분으로 짧아진 기억 때문에

인연 없는 사람처럼 굴고 싶은 내 심사인지도.


타이르고 얼르다가 화를 내고

그러다가 형상도 없는 마음이 찢어지고,

죽은 아버지를 끌어다 팔고

꿈결에 큰딸에게 찾아와 당신을 따라오라 했다는 아버지.


죽어서 보니

싸질러 놓고 길러놓은 자식들도 소용없다 생각했을까,

스리슬쩍 늙은 마누라를 데려가고 싶었을까.


이름 없어질 나를 위로하는 것인지,

지워질 늙은 어머니를 위로하는 것인지,

있었으나 없어졌다고 믿는 아버지를 위로하는 것인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있다 없다 없어진

이름 없는 이들을 위로하는 것인지,


봄은 지척인 듯한데,

매섭게 추운 오늘은,


한 줄 말씀으로 오신 부처님께 경배,

폭풍 전야처럼 고요한 세계를 위해 기도,

티끌 수 만큼 많은 생명에 위로,

모두의 안녕이 나의 안녕임에 감사를,



옴 샨티 샨티 샨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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