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두어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건사하지 못하네

by 연꽃부용


변성대왕 變成大王


罪案堆渠所作因 口中甘蛆幾雙親

죄안퇴거소작인 구중감저기쌍친


大王尙作慈悲父 火獄門開放此人

대왕상작자비부 화옥문개방차인


덕과 도랑처럼 많이 쌓인 지은 죄업의 문서로

어찌 부모 봉양을 버러지 있는 음식으로 하였던가.

그러함에도 오히려 대왕은 자비한 아비 되어

불지옥의 문을 열어젖혀서 이 사람 놓아 주네.


죄안(罪案)은 범죄의 사실을 기록한 문서를 말하며, 이를 바탕으로 치죄(治罪)를 하는 것이다. 퇴거(堆渠)는 언덕과 도랑을 말하므로 생전에 지은 죄업이 마치 언덕과 도랑 가득 많다는 표현이다.


저(蛆)는 구더기, 지네, 노래미 등을 말하며 쌍친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말한다. 이 구절을 직역하면 어찌 부모에게 구더기, 노래미 등을 단 음식처럼 먹도록 주었느냐고 하는 것으로 병든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죄업에도 불구하고 변성왕은 자비로운 아비가 되어 죄인을 돌본다는 표현이다.


화옥(火獄)은 불지옥을 말한다. 변성왕은 죄인을 위하여 불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므로 자비한 아비라고 한 것이다.


***

사족을 달자면,

아침에 깨어 위의 게송을 보다

한빙 지옥을 건너던 자가 생전에 부모에게 뱉고 간 말들의 창을 도리어 받았다 하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게송에서는 죽어 지옥 문 앞에 가니

살아서 병든 부모를 공양함에

온전치 못한 음식들을 내어주었음에도

그 행이 가상하여 지옥문을 열어

죽은 자를 풀어 주었다 하는데

이를 감히 해단해 보건대

아무래도

자식이 부모를 거두는 일의 무게를 짐작해서가 아닐까.





나는 어쩌면

이 게송을 통하여

저 먼데 요양병원에 수감되어

매일 탈출을 꿈꾸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좀 알아주십사,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온전한 정신과 온전치 않은 정신이 아주 섞여서

이 말 저 말

아무 말이나 섞어 대꾸하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어머니도 풀려 웃고 마는 지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쪽은

늘 싸하게 쓸쓸하고

마음 한 쪽의 마른 우물 같은 자리는 촉촉하게 젖어온다.


나도

내 자식들이 다 품에서 떠나가면

덩그러니

남겠지.


먹구름 끼인 하늘이 개이고

환한 햇살 쏟아지듯이

전 세계에 납득할 만한 평화가 내리기를





옴 샨티 샨티 샨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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