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시민증

결초, 드디어 우리집 구성원 중 코시국 시민이 생겼다.

by 연꽃부용


19년 연말, 막내 결초는 폐렴으로 입원했다.

금의 기운을 타고 났으나 공 맞은 자리라 폐가 약한데다

원투 후 직행으로 온 탓에 얻어먹은 게 워낙 적어 빌빌댄다.


19년 12월부터 20년 연초에 걸쳐 생소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긴가민가 할 즈음,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소리와 함께 300원 하던 데일리 마스크가 1000원이 되어도 구할 수 없게 됐고, 결혼식과 돌잔치가 미뤄지거나 슬슬 취소되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한 지 2달만에 돌아가셨고, 코로나가 무서운 병이라는 얘기가 퍼지며 장례식장에 사람이 줄고 아버님과 인연 있던 분들은 몸을 사리며 나타나지 않았다.


장례식 직후 공무원들의 활동 범위 제한과 코로나 확진 시 불이익이 주어질 거란 엄포가 있고, 많은 사업장에 출입 인원 제한이 걸렸다.


무수한 과정을 밟으며 먼 곳에서 확진 시민이 죄인처럼 흰옷 입은 사람들에 의해 어디론가 이동되어지고, 영 그들을 못 보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사람들 사이를 메웠다.


21년 중반 마을에 있는 학교에 확진 어린이가 생겼고, 그들 가족은 무슨 죄를 진 사람들처럼 손가락질을 당했다.


그들은 마을을 아주 떠났다.



불과 몇 개월 뒤 연세 많던 몇 몇 이웃이 하루이틀 사이에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기침을 하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얼마간 지속됐다.


그 즈음 나는 마스크를 쓴 채 수술대 위에 누웠고, 마취에서 깼을 때도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공기중에 섞여 생존해 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운이 많이 빠진 채 우리마을에 상륙했다. 이제는 5천 명씩 코시국 시민증을 받고 있다고 알림한다.


앞집 윗집, 아이들이 많은 집들 중심으로 소식이 들어온다.

가족 내 확진이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있어도 외출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경도의 차이가 커 죽을 만큼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 큰 증상 없이 지나가더란 사람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만나본 시민들의 여러 소리가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있다.


이젠 코시국 시민증을 받아도 조금 덜 두렵고, 조금 덜 미안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 만큼 앞서 코시국 시민증을 받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안부와 미안함이 고개를 든다.


이 수준 정도 되니 우리집 현관문을 넘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아이들 친구들이 시민증을 먼저 받았고, 그 아이들은 등하교 차량을 함께 이용한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초는 격리되었다.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열이 살짝 있고, 가래와 잔기침이 난다.


만사 재껴놓고 그냥 늘어져 쉬라고 했다.


한없이 게을러지고 해야 할 일도 잊어버리라고 했다.


코시국 시민증을 가장 먼저 받은 구성원에 대한 예우이다.


목숨보다 귀한 건 없으니.

심각할 필요 없다.


마음 편하면 된다.


코시국 시민증을 받은 모두가 어서 쾌차하기를 기도한다.




옴 샨티 샨티 샨티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보익생만허공 雨寶益生滿虛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