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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초보가 해외 바리스타로 일하면 생기는 일

by 관새로이

해외에서 일을 하다니 인생 모른다.

이제 바리스타로서의 커리어 종착역을 찍은 듯하다.

내가 다니기 시작한 '코스타커피'는 영국 프랜차이즈이고 유럽 내에서 스타벅스 다음으로 유명한 카페다.

영국과 가까운 만큼 아일랜드에서도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 매장은 더블린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에 위치하고 있는 매우 바쁜 카페였다.


한국과는 다르게 아일랜드의 여름은 손님이 가장 오지 않는 계절이었다.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가 많기 때문에 화창한 여름에 다들 놀러 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름에 시작했던 나는 여유롭게 일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바리스타 경험이 꽤 있었던 덕분에 금세 커피 제조에는 적응했다. 조금 다른 부분은 있었지만 크게 어렵진 않았다. 다만 어려운 난관들은 따로 있었다.

중국인 동료 마지막 근무날

첫 번째는 주문이었다.

안 그래도 영어도 잘 못하는데 다양하고 복잡한 주문을 받는 게 정말 멘붕이었다.

코스타커피는 우유 종류만 해도 6가지나 되었고, 알레르기나 우유 온도에 민감한 손님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거의 접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포스기도 한국보다 훨씬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버튼을 찾는 데 하루 종일 걸리곤 했다.


우리 매장은 주문 전표를 따로 건네주지 않고, 주문을 직접 말로 전달해 만들었다. 이걸 기억하는 것도 버거웠다. 다행히 일본인, 한국인 동료들이 옆에서 많이 케어해줬고 지금도 그때가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인 동료 마지막 날

두 번째는 소통이었다.


생각보다 아이리쉬 친구들과 대화하는 건 생각보다 큰 압박이었다.

알아들으려고 온갖 노력은 하는데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게 많았고 괜히 자신감 있게 말이 잘 안 나왔다.

대화가 어렵다고 느껴지니까 말도 많이 안 걸게 되고 다른 외국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더욱 어울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이리쉬 애들이 자기들끼리 유독 가까이 지내고 무리 지어 하루 종일 떠들곤 했는데 이런 점도 한몫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문화차이인가 싶었는데 꼭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내가 이곳을 들어오기 전에 한국인 동료분께서 몇몇 아이리쉬 애들이 일 제대로 안 하고 노는 애들이 있다고 조언해 주시긴 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또 매니저랑 대화할 때, 특히 소통이 어려웠던 것 같다. 매니저라는 존재자체가 좀 더 긴장되게 만들어서 영어가 더 안 나오는 기분이었다. 가끔씩 꼭 해야 할 말이나 물어봐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들마다 더욱 자신감이 필요했다.

즉,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도 여기서는 크고 작은 도전이었다.

회식

마지막으로는 '틴에이저'들이다.

아일랜드에서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틴에이저'들인데 위험한 애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 특정 지역이나 밤에 조심해야 하는데 카페에도 자추 출몰하곤 한다.

또 우리 매장은 오픈형 매장이다 보니 손님이 아니어도 쉽게 오고 갈 수 있었는데 틴에이저들이 빠짐없이 매일 오곤 했다.

얘내들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게 그냥 앉아만 있다 가는 게 아니다.

안 보이는 구석에 앉아 무리 지어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자기 집 안방처럼 음식물들로 더럽히거나 몇 시간 동안 누워있는 건 꽤 흔한 편이고 더한 경우도 수두룩 하다.


테이크아웃 컵을 요구하는 틴에이저들이 많은데 그 컵으로 바로 옆에 브리또 매장으로 넘어가서 슬러쉬를 절도하기도 하고 자기가 먹고 있는 과자를 손님들을 향해 던지면서 노는 틴에이저들도 봤다.

또 어떤 스페니쉬 무리들은 손님들이 있는 앞에서 시끄럽게 춤을 추거나 스킨십도 서슴지 않고 하기도 했다.

가까웠던 일본인 동료와 함께

사실상 아일랜드에서 바리스타를 한다는 건, 틴에이저들과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위험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카페마다 세큐리티가 있는 경우가 많고 우리 매장 역시 그랬다. 그 덕분에 친근하게 인사하는 세큐리티들도 있었고 감사한 마음에 커피도 서비스로 주곤 하면서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가지곤 했다.


나는 이곳에서 약 10개월간 일했고, 마지막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그 과정에서 즐거운 날도 있었지만, 억울하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특히 일을 그만둘 즈음엔 그렇게 해피하게 끝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좋은 동료들 덕분이었고, 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가짐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종종 내가 겪은 아일랜드 바리스타 이야기를 조금씩 나눠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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