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 6박 7일 여행
이번에는 프랑스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일에 점점 적응해 가면서 나도 드디어 '워킹홀리데이'를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 생활비를 빼고도 충분히 여행을 갈 수 있었다.
프랑스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프랑스 친구 '카미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미유와는 아일랜드가 아닌 대학교 시절, 교내 헬스장에서 처음 만났다.
난 당시 영어에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외국인 친구를 만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외국인이 다가와 운동법을 물었고, 나는 기분 좋게 알려줬다.
강렬했던 첫인상과 다르게 착해보여서 용기를 내 점심을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인스타그램을 교환했다.
그 일을 계기로 점점 가까워졌고 내가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까지 계속 잘 어울려 지냈다.
시간이 지나고 카미유도 프랑스로 돌아갔고 이번에는 내가 그곳에서 카미유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파리가 아닌 리옹 땅을 먼저 밟았다.
내가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너무 감사하게도 카미유와 그녀의 아빠가 나를 마중 나와주었다.
카미유 아빠도 한국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었기에 정말 반가웠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카미유의 집으로 향했다.
몇 달 만에 다시 보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조금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카미유의 집은 정말 근사했다. 모던하면서 깔끔했고, 노란 타일이 깔린 주방은 내가 상상하던 유럽의 부엌 그 자체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뷰와 따뜻한 햇살이 주방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그날 점심으로 우리는 김밥을 함께 만들어 먹기로 했다.
거의 처음으로 김밥을 만들어보는 거라 긴장됐지만, 프랑스에서 하려니 괜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카미유 가족들에게 대접하는 자리라 더 잘하고 싶었다.
다 같이 김밥을 말아보기도 하고 카미유는 부모님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쳐 주느라 바빴다.
예상외로 스무스하게 착착 진행됐고 엄마도 놀랄 정도로 깔끔하게 김밥을 완성했다.
그렇게 리옹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이후 카미유는 리얼 현지인 가이드가 되어 리옹 구석구석을 안내해 줬다.
리옹 토박이다 보니 모르는 것도 없었고 불어도 척척 해주니 이런 여행이 또 있을까 싶었다.
리옹에서 유명하다는 곳은 다 가봤는데 리옹은 관광지가 전부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사람들에게 리옹을 소개한다면 이 2가지를 말할 것이다.
첫 번째는 리옹의 밤.
리옹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어둠이 내리면 그 매력이 훨씬 깊어진다.
노란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골목을 걸으면 마치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리옹은 그런 낭만이 있는 도시다.
두 번째는 음식.
카미유와 갔던 레스토랑은 모두 완벽했다.
빵은 기본이고, 첫 코스로 나온 샐러드는 정말 놀라웠다.
평소 샐러드를 즐겨 먹지 않는데, 이렇게 맛있게 먹었던 건 처음이었다.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재료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달랐다.
메인으로 나온 파스타도 인상 깊었다.
리옹이 프랑스의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를 그제야 실감했다.
특히 리옹에서 먹은 피자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주말에는 카미유 가족과 함께 근교 도시로 놀러 갔다.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래된 도시였고, 리옹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혼자였다면 절대 가지 못했을 곳인데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건물과 바닥이 모두 돌로 되어 있었고, 가게 인테리어도 온통 돌이라서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상점 같았다.
몸을 녹이려고 들어간 카페에서는 직원들이 메이드복 같은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내부도 옛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어서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어느새 6박 7일의 긴 리옹 여행이 벌써 끝나가고 있었다.
카미유 가족이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스페셜한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얇은 철판 위에서 치즈를 녹여 살라미와 함께 먹는 요리였는데, 정말 맛있어서 배 터지게 먹었다.
배불리 먹고 나니 카미유 아버지가 창고에서 무언가를 꺼내오시더니 내게 깜짝 선물을 주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감동이 밀려왔다. 곰돌이 같이 다정하신 분이라 그런지 더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리옹에서 유명한 빵으로 보답했다.
머무는 동안 정말 많은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자, 카미유의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카미유를 한국에서 잘 챙겨주고 많이 도와줬다는 걸 알고 있어. 그걸 보답하는 거야.'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데 괜히 마음이 좀 그랬다. 오히려 카미유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게 미안했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내 손에 리옹에서 먹었던 나의 최애 치즈를 챙겨주셨다.
리옹은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곳이다. 카미유와의 인연 덕분에 좋은 추억과 사람들을 만났고,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일랜드에 온 이후로 가장 평온했던 시간 중 하나였고, 세상에는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카미유에게 난 좋은 친구일까 확신할 수 없었는데 카미유는 늘 나를 소중한 친구로 여기는 마음이 느껴져서 고맙기도 했다.
이번 리옹 여행에서 난 생각보다 많이 차분했다. 당시 사진 찍는 거에 흥미도 많이 없었고 무슨 이유인지 텐션도 그리 높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 내 모습이 혹여나 잘못 전달되지 않았을까 괜히 우려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정말 힐링되는 시간이었고 너무 감사했다. 난 다시 리옹으로 갈 것이다.
*마지막 저녁 이후 장염에 걸린 듯이 난 며칠간 앓아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