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걷고 멈춰봅시다.

by 동씨 외양간

25.09.01의 기록.


이번방학은 엄청나게 걸었습니다.

준혁이와 갔던 속리산부터 시작해서, 공주 계룡산까지, 시골을 이번 방학때 세군데나 방문을 했고, 걷기도 무지하게 걸었습니다.


너무 좋은 풍경이 많아서 사실 심상이 시끌벅적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너무 행복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었던 이유도, 옛날에도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있겠지? 라는 생각과, 나보다 더 늙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시작한 것 처럼 말입니다.


시골은 오래되었습니다, 옛되었고, 숨길 수 없는 흔적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보았던 80년도의 칠성 사이다, 삼양라면 봉지 쓰래기 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걸 냄새를 맡는다고 하는데, 이유는 시각적으로 쓰래기를 버린 시점이 확실하게 영화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 쓰래기를 보고 먹은 사람, 어떤 생각으로 버렸을까, 흘러내려온걸까 하는 여러가지 추측을 하는, 예를들어 고기냄새가 나면 어떤 고기일지, 누가 먹을지, 누구와 먹는지를 상상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어릴때 부터 진짜 끊기지 않던 콘텐츠였는데, 어린시절에는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 시골에 있는 텅빈 큰 집이 너무 무서웠던 것도 있었고, 심심했던 것도 있어서, 길디긴 나만의 엑스칼리버 처럼 생긴 나무작대기를 들고, 제일 좋아하는 스파이더맨 크로스백에, 친구를 만날까봐 항상 들고다니던 유희왕 카드 한 뭉치를 들고, 그나마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과일을 파는 공판장 옆에 있는 평상에 앉아있고는 했습니다.


혼자서 2인분의 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잠자리를 잡는 것 또한 재밌었지만, 가장 재밌는건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였습니다.


광주 곤지암 리조트에 가는 길에 있던 시골이였던 동네는, 여러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얼굴이 뻘개진 길담하는 할아버지, 광주 특산물 토마토를 강매하는 할머니 부터 시작해서, 각자를 지켜보면서, 저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런 행동을 하면 웃기겠다. 라던지, 앞으로 이런 행동을 하면 웃기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은 모르는 나만의 드라마를 보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냄새가 그리워서인지, 현재에서, 혹은 미래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느껴서인지, 과거를 떠올리며 시골로 들어가는 방학이였습니다.


물론 가장 좋았던건 비를 흠뻑맞으며 눈을 간신이 꿈뻑거리며 쓸고, 걷던게 가장 재밌었는데, 사람들이 항상 비는 피한다. 우산을 쓴다 라고 생각을 하니까, 맞으면 안될 것 같은, 젖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그래서인지 맞으니까 더 재밌고, 학생 때 새벽에 몰래 나간 밤과, 성인이 되어서 아무 제제 없이 나간 밤의 쾌락은 다르듯이, 비맞는게 너무 환상적이였습니다.


꿈에 젖은거 같은 느낌이 들고는 했는데, 돌아와서 여러 나머지 시골을 돌고나서 생각해보니, 이제는 멈춰서 앉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그때처럼 말입니다. 나이가 먹어도 작대기를 들고, 유희왕 카드는 아니지만, 지금도 종종 쓸데없이 들고 나가는 애착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들고, 평상에 앉아서, 제로가 아닌 설탕이 뻥뻥 들어간 환타랑 슈퍼에서 파는 시간이 좀 지난 검은색 오징어 다리를 먹으며 날이 새도록 앉아있고 싶습니다.


너무 많은걸 보았는데, 너무 좋아서 정신을 못차린다고 해야할까, 정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온전하게 느끼지 못 했다고 하는게 좀 더 올바른 설명같은데, 이번에는 적당한 좋은거를 끝까지 음미해보러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속리산이나 계룡산보다. 더 시골이고, 더 볼게 없는, 아예 생 자연을 가보려고 합니다. 어딜 걸어도 갔던길 같고, 어딜 봐도 봤던 나무같은 그런 곳에 평상 하나만, 집 하나만 있는 곳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생각도 멈춰서서 정리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순서나 기준에 맞게 물건들을 정리하고는 하지만, 어릴때, 가장 소중하거나 그냥 느낌이 좋았던 카드가 가장 밑에 내려가있게 정리했던 때처럼, 하고싶은 생각만 하는건 아니지만, 많이 펼처진 생각 속에서 마음가는 생각을 잡아놓고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책도 준혁이가 추천해준 에세이를 기점으로 사실 정보전달용이 아닌 문학적인 서적을 독서토론 때문인지, 기점이 맞물려서 종종 보고있는데, 사실 이런 것들을 안보고 기피했던 이유는, 정리가 안되기 때문이였습니다.


생각하기 나름대로 생각해야하는 대상이 변할 수 있다고 해야하나, 엄청 액체괴물같은 책들인데, 어떤 시점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런 시점에서 보면 저렇게 보이는, 매직아이 같은 책들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정보성 책들이나 자기개발서 등등 같은 텍스트들은, 이거에 대해 생각해봐, 라는 명확한게 있어서, 더욱이 추구하고는 했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라는 것도 당연히 있긴 했지만, 여튼 이러한 이유들로 생각할건 많이 늘어나고, 하고싶은것도 뒤죽박죽 많아지는 요즘인데,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멈춰서서 눕던, 엉덩이를 붙이던, 널널하게 하고싶은거 하고, 생각하고싶은거 생각하고, 해야할 것 같은 것보다는, 그냥 앉아서 하고 싶은 걸 먼저 떠올리는 자유인이 되어보려 합니다.


이런거에 따라서 요즘 강하게 하고싶은게,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또한 있는데, 사실 이거는 예전부터 인프라가 구성이 안되어서 항상 아쉽다를 연발하고는 하지만, 놓지는 못하고 있는 바이기에, 더 잡고 싶음 또한 있습니다. 뭔가 설렘이라고 해야하나, 공명이라고 해야하나, 무언가인지 정의 내리면 안될 것 같은 무언가가 있는데, 이의 명칭은 다음번 글을 쓸때까지 기깔나는 워딩으로 정해오려하는데, 아무튼 그런 사람을 만나려고 발버둥은 치는데 영 차도가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이런생각을 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공부나 공모전, 더 나아가야해 라는 마음가짐도 좋지만, 지금은 잠시 워라밸처럼 하고싶은 것도 좀 해보려합니다. 나이먹으면 이것도 바뀔테니 말입니다.


여러분도 좀 걷지말고 앉아서 저기 멀리보다는, 아래나 가까운 모서리를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앉아서 저길 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