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0월 10일의 외양간.
요즘 너무 바쁜 하루들을 보내주었습니다, 어쩌면 하루들이 저를 보내준 것일 수도 있겠네요 !
너무 바쁜 연휴를 보냈고,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느냐고 그랬던 덕이 크기도 합니다. 전 글에서 적었듯이 요즘에는 매우 음미하면서 일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문득 문득 지나가는 학교 앞 풍경도 언젠가는 어릴 속 추억에 남아있는 풍경처럼 간지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싱글 벙글 주변 구경을 하면서, 가끔은 일부러 귀에 넣은 에어팟도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니기도 합니다.
이번에 혼자서 680m의 산을 사서 고생하면서 혼자 오를때, 처음에는 에어팟을 귀에 넣고 올라가다가 문득 산소리 안듣는건 너무 손해보는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즐기려고 가는건데 청각을 제한하고 즐기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는 산책이던, 약속을 나갈 때던, 가끔씩 일부러 에어팟을 빼기도 합니다. 지하철 소리도 맨 귀로 안들어본지 너무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동네에서의 소리라는게 자세히 기억이 안나기도 해서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에서 청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핸드폰 하면서 주로 걷는다면 위험 + 시각의 제한이 있겠습니다.
다시금 돌아가서 산을 오를 때, 사실 600미터가 직선거리로는 충분히 걸을만한 거리여서 아 너무 쉬운거 아닌가 했는데, 4시간이 걸릴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습니다. 일부러 자연을 느끼고싶다는 생각에 괘씸하게 등산로가 없는 그냥 야산과도 같은 산을 고른 탓도 있었고, 전날에 비가 와서 땅이 많이 유실되어 있기도 한 탓도 있겠습니다. 덕분에 진흙소리랑 새소리는 원없이 듣다가, 다 오른듯 하면 껄떡고개가 2개 더, 3개 더, 계속 보이다보니 그만 할까도 했지만, 이미 지나온 길이 너무 아깝고,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야? 라고 느껴져서 악으로 올라갔습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진짜 이번년도 TOP3안에 드는 울컥하는 일이였는데, 너무 멋있었습니다. 해가 쭉 들어오고, 수풀이 원을 이루고, 햇빛을 잔뜩 머금은 벤치 하나와, 동네 뿐만이 아니라 더 큰 무언가의 풍경도 쨍쨍하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침에 돈없어서 못사왔던 도시락 대신 사온 삼김 두개가 오히려 일어나서 먹으면서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산을 오를 때 마다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생각 뿐만이 아니라,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성취감이나, 감동같은걸 말입니다.
계속 올라가면서 생각이 들었던건, 어릴적 아버지가 말했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라는 말이 왜인진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머리를 멤돌았는데, 혼자 중얼대면서 꾸역꾸역 올라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산에 오르는게 힘들지만, 어제 등산하고 왔어. 라고 말할정도로 대단히 엄청난 일은 아닙니다. 코삭이나 큰 공모전에 나가서 상을 탄다던지, 어떤 우승을 하거나, 좋은 대학에 갔다던지와 비교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감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대회나 무언가에서 얻는 성취와 자연 그대로에서 오는 상태에서의 성취감, 하나 인위적이지 않고, 외적 요소로 스트레스 받을 것도 없이, 그저 등산이라는 행위 자체가 힘들지만,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그것에서 오는 성취감을 말입니다.
어릴 때 자전거를 못타다가 혼자 타고 여기저기 다닐 때의 성취감이 마지막이였던 것 같은데, 여러분이 느낀 마지막 자연스러운 성취감은 언제인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저희는 항상 지위적으로나 경력적, 능력적으로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내심 편협하게 생각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올라가서 벤치에서 밥먹고 (전자담배를 한대 피우고) 누워서 하늘을 봤는데, 예전에 적었던 군대에서 가장 좋았던 산에 누워서 하늘보기를 다시 실천하니 뭔가 기분이 더 울컥했는데, 전역하고 도시나 마을 단위로 나오니까 사실 그럴일이 별로 없었기도 했는데, 그때는 이게 일상이였는데, 지금은 쉬는날에 시간을 내야지만 이게 가능하구나, 엄청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착잡함이라던지, 조금의 슬픔이 들기도 했지만, 왜인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려오면서 미끄러운 탓에 여러번 구르면서 내려왔는데, 사실 이게 아프긴 한데, 제일 재밌기도 합니다. 몸이 아픈거지 편하기는 편하기도 하고, 살면서 산에서 구를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해서 말입니다. 비가 온탓에 땅도 푹신푹신 했지만, 마지막에 구를 때 밤송이 밭에 떨어진 것만 빼면 매우 좋은 구르기였습니다.
이후에는 추석이 되었고, 제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와 연락을 했는데, 사실 이친구는 뭔가 응원하고 싶고, 생각하면 먹먹해지기도 하고, 이친구에 관한 생각은 2시간 정도 길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친구입니다. 물론 그정도로 자주만나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왜인지 모를 그런 행위를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기도 한데, 이 사람은 이런거 같아~ 라고 말이 안나오고, 에피소드로 이친구는 이런 친구지~ 라고 기억이 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기억으로는, 친구가 3년동안 준비한 공무원 시험 발표일자와, 저의 한양대 발표일자가 하루 차이밖에 안나는 날이였는데, 둘다 붙어서 술을 먹으면 좋겠다. 라고 말을 한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붙었지만 그 친구는 떨어져서 굳이 말도 안하고, 엄청 속상하기도 하고 불편한 상황이였는데, 평소처럼 웃으면서 축하한다 하면서, 자기가 치킨과 맥주를 사주고, 서로 앞으로 뭐가 되고싶은지 얘기했던, 그런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고, 잘 어울리는 친구라고 저한테는 항상 생각이 드는데, 오랜만에 애기한 친구는 힘든 일이 많아서 그랬는지 굉장히 엄청 부정적인 모습이 많았습니다.
항상 긍정적이고 개구지던 친구인데, 여러 부정적인 말을 뱉던 중에, 기대를 하면 상처를 받으니 기대를 하지말고, 너 또한 기대에 맞추려고 하지마라. 이게 진리이며, 삶의 정답이다 라는 말을 술에 취해서 계속해서 하게되었는데, 사실 이런 말을 듣고 처음에는 여러 생각이 들다가. 어느덧 생각이 아예 중지가 되면서, 그저 슬픔만 남기도 하고, 목도 좀 막막하고,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는 모르지만,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의도만 가득한 몇 십분이 흘렀지만, 결국은 시시껄렁한 얘기로 넘기다가 급하게 전화를 끊게 되었습니다.
기대를 하지않아야 된다는 말이 정말 슬프게 들렸는데, 줄게 없으니, 받을게 없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관계가 그렇다는 둥 말하는 것 또한, 더욱이 슬프게 하고는 했는데, 저는 굳이 생각을 적자면, 이친구와 매우 반대인 생각을 가집니다.
기대라는건 참 악랄하지만 필요합니다. 필요 악같은 존재라고 현재는 느끼는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진심으로나,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통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너랑 나는 이런거, 여기까지. 하고 선을 쓱 긋는 느낌이 들고는 합니다. 그저 너는 이정도야, 더 안바래, 라는 느낌이니 말입니다.
반대로 기대를 지나치게 하면, 더 나아가서 좋지 않게 표현이 되어진다면, 그것 또한 불쾌한데, 제가 생각한 기대를 강요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관계라는 것은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인데, 이미 거기에 서로가 국한되어지고, 무심코 뱉은 기대여도 너는 착한사람이니까 그렇게 하면 큰일나. 하는 것 처럼 무언가 보이지 않는 투명상자에 가두는 느낌과, 이 친구는 나를 왜 이런사람으로 보는걸까 에서 파생된 부정적이던 긍정적인 감정의 삽질이 생기고, 이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딱 좋기 때문입니다.
이 두가지의 단점밖에 없지만, 우리는 자연스레 섞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인간의 관계 중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고있기도 합니다. 그 사람을 느끼고 제가 하는 기대로 그사람을 여러여러 방식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고, 너무 좋은 친구라면 그 친구한테 기대면서 찐한 우정을 도모할 수 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언제나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맞다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너무 의식하거나, 아예 의식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필요 악인 것 처럼, 저도 너무 어렵고는 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려면 기대가 큰 부분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기대고 계십니까. 그리고 큰 기대를 타인에게 품고 있습니까, 글을 느끼는대로만 써서 가독성이 안좋긴 하지만, 같이 진득하게 얘기하면서 맥주나 먹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걸 항상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