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사추기

바보상자

by 메타럽

요즘 지하철 등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유튜브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97분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에 잠자고 식사하고 이런 필수적인 활동과 학교나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하고 난 시간 중에서 97분이라면 적지 않은 시간입니다. 특히 10대, 20대일수록 영상을 시청하는 비율이 제일 높았고, 하루에 3시간 이상 시청하는 사람도 28%에 달했다고 합니다. 특히 10대는 15초에서 60초 내외의 짧은 영상, 숏폼을 더 즐기는 세대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이런 영상 시청이 깊이 있는 사고와 집중력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해서, 걱정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예전에도 TV를 오래 보고 있으면, 어른들이 '바보상자'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걱정하셨어요. 물론 당시 어른들의 말씀처럼 TV로 잃을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TV를 통해서 얻는 정보와 시대적인 감각, 그리고 즐거움과 만족감도 컸던 걸 떠올리면, 어차피 그 시대의 산물을 누리는 건데, 얻고 잃는 건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당신들도 뉴스를 비롯해서 외화나, 스포츠, ‘동물의 왕국’ 등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걸 좋아하셨기 때문에, 제가 TV 보는 것에 대해 딱히 걱정을 하진 않으셨는데, 눈이 나빠질까 봐는 걱정하셨어요. 저는 어렸을 때 TV를 너무 좋아해서 TV 앞 1m까지 바짝 다가가 앉아 보곤 했거든요. 당시에는 화면이 지금처럼 크지가 않아서 집중해서 보다 보면 이상하게 점점 TV앞에 가까이 가 있곤 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예 TV속으로 들어가라’고 놀리셨어요. 그러면서 아버지를 부르면, 아버지가 저를 앉아있는 채로 그래도 안아서 ‘눈 나빠진다’면서 TV로부터 2-3m에 앉혀 놓곤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TV를 보다가 다시 또 슬금슬금 앞으로 가서 TV에 빠질 것처럼 가까이 앉아 보곤 했습니다. 그 탓인지 모르지만 어쨌건 저는 지금 눈이 나빠 뺑뺑이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방송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요즘 어린이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 많이 보는 것에 대해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질 거라고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만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는 건 시대불변의 진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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