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애 된다
가만 보면 우리 옛 어르신들은 참 지혜가 깊습니다. ‘늙으면 애 된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흔히 이 말을,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어릴 때처럼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말로만 이해하기 쉬운데, 이 말의 내면에는 아이였을 때 보였던 불굴의 의지를 일깨워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잘 기억을 못 해서 그렇지, 우리는 어렸을 때 힘이 들어도 참 열심히 세상을 배워나갔습니다.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일어서기 위해, 수없이 많이 넘어지고 주저앉아도 끝내 일어섰고, 뒤뚱거리다가 넘어지기 일쑤여도 계속 노력한 끝에 결국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서 가끔 젊은 사람들처럼 일을 빠르게 배우고 잘 해내지 못해서 위축된 적이 있다면, ‘나이 들면 애 된다’는 속담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려 볼 일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많은 걸 배우고 익혀가야 하는데, 나이 들어 배우고 익히려니까 힘들고 어렵다 하면서 포기하고 움츠러들 게 아니라, 아이였던 때처럼 즐겁고 신나고 호기심에 가득 찬 마음으로, 힘들어도 배워나가고 익혀나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겪은 일본 노인들이 쓴 짧은 시 ‘센류’처럼 인생 황혼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센류’ 중에 몇 가지 유명한 것들을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들은 병명이 <노환입니다>’
‘개찰구 안 열려 확인하니 진찰권’
저도 최근 방송국 출입증을 지하철 개찰구에 대기도 하고, 방송국 출입구에 교통카드를 댄 일이 있는데, 허탈하게 웃다가 문득 그래도 나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