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사추기

조(弔) 휴대폰 문(文)

by 메타럽

예전에 이런 퀴즈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무인도에 갈 때 물건 하나만 들고 갈 수 있다면 뭘 들고 가시겠습니까?’ 또는 ‘당신이 무인도에 갈 때 물건 세 개만 들고 갈 수 있다면 뭘 들고 가시겠습니까?’ 그럴 때 아마 충전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휴대폰을 들고 가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만약 오늘 하루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제 우리는 모든 정보나 일상적인 업무를 거의 다 휴대폰으로 해결하잖아요. 심한 경우 직장인들 중에는 아마 업무에 마비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만약 휴대폰에 있는 사진이나 모든 자료가 다 날아간다면 어떨까요? 요즘은 사진기로 사진 찍어 인화해서 보관하는 분들 거의 없으시잖아요? 심지어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휴대폰에 다 저장돼 있으니까 참 난감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요즘은 여러 곳에서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하는데 똑같은 것만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해서 여러 개를 사용하고 또 비밀번호를 바꾸다 보면 기억하기가 어려워서,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데이터가 날아가면 어떨까요? 물론 아이디 찾기, 비번 찾기 등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에요? 그 짓을 반복하다 보면 속상하다 못해 ‘멘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료들을 백업받아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는 디지털기기들을 동기화시켜서 대비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아예 휴대폰을 3년에 한 번 정도 바꾸게 하지요. 그건 휴대폰이 소모품이고, 만에 하나라도 이런 데이터들이 날아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나에게 맞는 요금제를 고수하느라 출고가 그대로 주고 산 자가폰, 내 휴대폰이 갑자기 푹 꺼져 AS를 받으러 갔더니, 서거하셨다고 합니다. 데이터 하나 건지지 못한 채.. 그동안 전조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바로 일주일 전 딸 휴대폰 기종 바꾸러 같이 갔는데도 자가폰으로 할지 요금제 할인을 할지 생각해 보고 오겠다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그 사달이 났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이런저런 것들 S노트에 메모해 놓은 것과 캘린더에 기록해 뒀던 그간이 일정들이다 날아가고 나니, 문득 그 휴대폰과 함께 했던 내 스토리가 다 날아간 기분입니다. ‘진작에 동기화라도 시켜놓을 걸, 저장공간 부족하다며 유료로 바꾸라고 메시지 뜰 때 진작에 유료로 바꿀 걸, 쪼잔하게 저울질하다 안 했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제 새 휴대폰과 함께 다시 나의 스토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물론 이번에는 아날로그식으로 비번도 종이에 적어서 따로 보관도 하고, 동기화도 하고, 백업도 받고 그러면서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볼 빨간 사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