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사추기

엿보기

by 메타럽

언제부턴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엿보기 형식이 대세가 됐습니다. 연예인을 비롯한 인물들이 혼자 사는 모습, 연애하는 모습, 음식 먹는 모습, 여행하는 모습 등등 그야말로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니, 남이 하는 걸 보고 뭘 그리 좋아하나? 본인 스스로 해야 의미가 있지.’ 싶지만, 그렇게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공감하면서, 심지어 위안을 받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는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점잖지 못한 일이었지요. 물론 엿보기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제작자들이 자체 필터링을 해서 보여줄 수 있고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만 보여주는 거지만, 사생활의 일부라도 대놓고 보여주고 대놓고 보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대신 그렇게 남의 체험을 값싸게 소비하는 이면에는, 직접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남의 삶이 아무리 멋지고 재미있어 보여도, 그건 남의 삶, 더구나 보이는 삶일 뿐이고,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체험하는 내 생활, 내 삶이잖아요.


문득 소파에 앉아서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보기 보다, 동네 공원에 나가 걸으면서 내 삶에 재미를 느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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