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아직 너무 어린 너를 위해, 나는 오늘도 배웁니다

by 허당 언니

� 아직 너무 어린 너를 위해, 나는 오늘도 배웁니다

두 달 전, 작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너는 너무 작았다.
태어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세상에 나온 너는,
2kg이 넘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퇴원’이라는 허락을 받았다.

기쁘고 또 기뻤다.
하지만 퇴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심폐기능, 체온, 호흡, 심박수가 안정되었다고는 해도
그다음엔 신경외과, 감염내과, 소아과, 재활의학과까지.
낮엔 병원을 오가고, 밤엔 3시간마다 수유와 네블라이저.
나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른둥이 분유는 다른 걸 먹여야 해요.”

“네? 국내 분유는 안 되나요?”

“보통 수입산을 많이 먹여요. 한 통씩 사서 아이에게 맞는 걸 찾으셔야 해요.”

분유 하나에도 정답은 없었다.
30~40cc를 먹고는 토하고,
자는 것도 편치 않은 너는 하루 종일 칭얼댔다.
비싼 수입 분유를 사서 타주어도,
입에 대지 않고 버리는 날이 더 많았다.

회사 복귀는 기약이 없었고,
남편은 생활비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다.
"대출 갚기도 벅차"라며.

남몰래 보험 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조산으로 입원했던 기간, 실비청구 가능할까요?”

“아휴, 안 되죠. 임신 관련은 하나도 안 돼요. 아픈 게 아니잖아요.”

아픈 게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보험의 철저한 외면을 느꼈다.
필요할 때 도와주지 못하는 보험이라니.
생활비 한 줄기 희망조차 사라졌다.

퇴원 후, 소아과에서 건네받은 말은 더욱 무거웠다.

“이른둥이 후유증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뇌성마비, 발달장애, 언어지연…
재활 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나는 또다시 검색창 앞에 앉았다.
'소아 재활 치료'
'보이타 치료, 보바트 치료, 병원 대기, 사설 센터…'
혼란스러웠고, 답답했다.
치료를 몇 년에 걸쳐 받는다는 이야기,
아니, 어떤 아이는 열 살이 넘도록 계속 다닌다는 말까지.

종합병원 재활실 상담에서는
대기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했다.

“물리치료는 조금 빠를 수도 있지만,
작업치료는 기본이 그 정도입니다.
처방이 와도 치료는 바로 못해요.
다른 병원 대기도 함께 걸어두세요.”

한 병원에서 주 1회, 30분.
그나마도 20분 치료에 5분 상담.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사설 치료 센터들을 추천받았다.

'보이타 치료'.
이름도 생소한 이 치료는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해야 효과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대기는 이곳도 만만치 않았고,
비용은 더 무거웠다.

“일주일에 두 번 받으면, 한 달에 40만 원 정도요.
다만, 대기도 있으니 등록부터 하셔야 해요.”

“그 치료 받으면, 아이가 기거나 고개 가누는 데 도움이 될까요?”

“보장은 못 드려요. 단지 가능성을 높여주는 거죠.”

그렇다.
이 모든 치료는 단지 ‘가능성’을 위한 싸움이었다.
확신도, 보장도 없는 그저 희망 하나만 붙든 채
시간과 비용, 체력을 쏟아야 하는 싸움.

아직 너무 어린 너를,
이런 과정 속으로 데려가도 되는 걸까.
너무 일러서, 아직 너무 연약해서
엄마로서 나는 매일 망설인다.

병원, 재활, 치료, 비용.
고3 수험생처럼 촘촘히 짜여진 스케줄이
이제 갓 태어난 아이의 것이 되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나는 오늘도 배운다.
너를 키우는 일이 세상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너의 삶이 시작되었듯,
엄마로서의 나도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중이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1. 평범한 가정을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