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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엄마 앓이

by 허당 언니

50대가 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겉모습은 늙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참 어리더라고요.
어리숙함.
50대가 된다는 건 어른 티가 좀 나야 할 텐데, 철없는 내 모습 속에서 ‘나는 언제 철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아직도 늙기를 거부해서 그런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면,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떠오릅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엄마는 이미 세 아이의 엄마였어요.
어릴 땐 부모님이 참 미웠습니다.
남들보다 환경이 못하다고,
맨날 투정하고, 싸우고,
해주지도 못하면서 간섭한다고 느껴져서 대들기도 했죠.
부모님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했고,
그럴 때마다 “뭐 저딴 식이야” 하며 미워하고 또 미워했습니다.

“엄마 때문에 돌아버리겠어. 왜 그러는 거야.”
“너도 네 자식 키워봐라.”

그 말,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맞는 말이었어요.
50이 된 지금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이게 맞는 걸까, 저게 맞는 걸까…
살아 계셨다면 한 번쯤 여쭤봤을 텐데,
그 시간도 허락되지 않고 어느 날 훌쩍 떠나셔서, 더 그립고 그립습니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 생각이 덜 날 줄 알았는데,
50이 되어 보니 더 자주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제야 이해가 돼요.
그 외로웠던 시간들,
자식들조차 이해해주지 않았던 그 삶을 버티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애쓰셨는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서울로 상경해,
막노동으로 하루 일당을 벌며 아이 셋을 키운다는 건
기술도, 기반도 없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내가 대학 다닐 나이에,
물을 길어 아이들의 똥기저귀를 차가운 물에 손빨래하고,
겨울 밤마다 연탄불을 갈며 한 번도 통잠을 못 잤던 엄마.
여름이면 방충망도 없는 집에서 선풍기 하나로 버티며
모기 뜨일까 봐 일어나 부채질하던 그 모습.
추운 겨울날, 전기밥솥이 없어서
아빠 밥공기만 아래목에 넣어두던 그 모습…

그 모습, 그 나이대가 지금의 나의 20년 전,
나의 30대의 모습이라니.
나의 아이들에게도 나는,
엄마처럼 기억될 수 있을까요?

‘내가 엄마 같은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 세월을 견딜 수 있었을까?’

50이 되니, 아니,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반백.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 날이 더 많지 않은 이 시점에,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싶고,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에게는 언제나 어린 자식이고 싶습니다.

힘들다고, 사는 게 힘들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50대라도 참, 투정이 고파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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