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희망퇴직 상담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살라고 하네요.
저도 50대, 남편도 50대.
아직 제 회사에서는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이야기가 없지만, 남편 회사는 벌써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회사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아직도 아이들이 어린데… 초등학생인데…”
“우리 뭐 먹고 살지?”
“자영업은 못 하고…”
“퇴직금, 위로금 받아봤자 세금으로 절반은 나갈 텐데…”
“아이들이 대학교 입학, 아니 졸업할 때까지는 벌어야 하는데…”
“당장 발등에 불인데…”
“대책이 없네…”
“우리도 X세대였는데…”
“우리는 둘 다 뭘 한 걸까?”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결국 돈이 없네…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만…”
“아직도 더 일할 수 있는데…”
“50대, 현재의 임금 수준으로…”
“25~30년의 경력을 살릴 수는 없을까?”
50대의 퇴직 경고, 희망퇴직, 은퇴는 마치 본국에서 밀려난 이민자 세대 같습니다.
삶의 터전에서 더 이상 먹고살 길이 막막해져 가족을 떠나, 경력과 상관없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세탁소, 음식점부터 시작했던 우리 부모 세대의 이민자들처럼요.
물론 더 나은 자식들의 삶을 위해 이민을 선택했지만, 그 결정 자체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50대, 대기업 직장인.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는 승진과 나이에 걸맞은 직급으로 임원이 되거나, 일찍 회사를 차려 독립한 사람도 있지만,
저희 집처럼 회사를 죽도록 다닌 사람들은 꼭 흔들리는 배에서 간판에 겨우 매달린 사람들 같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이지만,
이제 나이가 찼다고 나가라고 합니다.
필요 없어졌다고 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라지만, 이게 현실이 되니
“이게 현실이었구나, 이게 50대에 기다리던 나의 삶이었구나…”
그동안 평안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럴 때마다 고비고비를 넘겨왔습니다.
IMF 시절, 취업이 안 될 때 백수로 버티며,
중간의 이직과 부모님의 병간호,
나 자신이 병들어 극복했던 순간들,
아이들의 조산과 뇌출혈로 인해 지금도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 순간순간, 삶의 위기로 휘청할 때마다
근면과 성실로 버텨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낸 50평생의 인생.
이제 남은 50의 인생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갈지,
그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