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W 사를 관두고, 잠깐 집에 있었더니, 아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퇴근해서 정리되지 않는집안, 걸어 다니면 바닥에 푸석푸석한 먼지, 먹을 거 없는 냉장고가 짜증은 나지만, 내가 언제까지 옮겨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마지막 보류, 아내와는 틀어지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내가 지금 다른 회사로 가도 가오와 체면이 있는데, 영업본부장, 이사급으로 급에 맞게 가야 하는데, 그 직급을 뽑아줄 회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경비를 하는 것보다, 내 아내가 계속 등원도우미하고 애들 봐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친척들과 주변에는 아내는 항상 전업이었다. 아내 자기가 원해서, 소일거리로, 취미 삼아, 용돈 벌이로 항상 얘기를 하지만, 50대에 회사를 관두고 나니, 저것마저 없었으면 지금 모아둔 돈, N에서 받은 퇴직금으로는 고3인 아이와 중3인 아이 학원비, 매월 들어가는 생활비, 외식비를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몰래 상장 전 N에서 받은 스톡옵션 일부를 매도를 해서 생활비를 쓰고 있는데, 이마저도 얼마 남지가 않아서 초조하다.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 올 때는 주말에 외식, 배달, 양평으로 바람 쐬러 가는 게 일이었고, 차는 지원이 안되지만, 영업부의 특징상 주유비는 지원이 되어서, 정말 아이들과 먹을 수 있는고, 갈수 있는 곳을 다 간 거 같다. 접대비가 남으면, 가족들과 회사 근처로 아니면 거래처 근처로 가서 소고기를 실컷 먹고 올 수도 있었다. 아주 큰 복지라는걸 N사(유통회사) 유통사를 입사하면서 별도의 내가 유용해서 쓸수 있는, 가족과 한달에 한번 먹을수 있는 회식비는 사라졌다. 이렇게 치사해도 될까? 더 좋은 곳으로 갈려고 옮겼는데, 이런저런거 생각하면 연봉이 그게 그거 인거 같다. N사(유통회사)의 일은 마감이 없는 24시간 대기조인, 빡세다 못해 뒤집어 놓을정도로 일이 많았는데, 이런 한 달에 몇십만원 아낄수 있는 기름값과 소고기 외식비도 없었다. 머…..지금은 관두 상태라서, 월급이라도 그리웠다.
괜시래, 여기 저기 해드헌터한테 연락을 해보고, 선배나 후배한테 안부 인사차 연락을 돌린다. 취업사이트도 돌아다녀보지만, 연봉 1억, 우습게만 여겼는데 내나이에 이렇게 받는 사람, 구인하는 회사가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이근성님 안녕하세요! 현재 맞는 포지션이 없습니다. 추가로 이력서, 자사에 맞는 양식을 고쳐서 보내주시면 해당 건 다시 서칭해보겠습니다. “
한 달은 그래도 괜찮았다. 아내가 그동안 오랫동안 일했으니깐 쉬라고, 쉴때 푹 쉬라는 말도 해줬다. 시장에 가서 장도 봐주고 내가 좋아하는 우거지 뼈해장국, 육개장도 끓였다. 매일 반찬이 달라졌고, 그 동안 새벽까지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와서 먹여 살린,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이 집 가장이구나, 대우 받을만하지.” 아침에 등원하는 아이를 봐준다고 정신 없이 나가면서도, 평소보다 집도 치워놓고, 집에 있을수록 깨끗하게 입고 다니라면서 티셔츠를 다려 주기 까지 했다.
그런데, 두 달 째 부터는 어느 날 저녁에 정색을 하면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데, 아침 먹은 거 설겆지 좀 해놓으면 안 되요? 운동 삼아 청소기 좀 밀고, 벗어 놓은거, 빨래 좀 돌리고, 장을 좀 보고, 쌀 좀 씻어서, 놓으면 안되요? 내가 일 끝나고 중간에 점심 챙겨주러 오고, 꼭 그렇게 갓한 밥을 먹어야 겠어요? 그리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 하루 3끼 안먹어도 되지 않아요? 배가 그렇게 고파요? 그렇게 고프면, 직집해 먹지, 내가 와서 쌀 담그고, 반찬하고, 난 퇴근해서, 애들 챙기고, 정신없어 죽겠는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사람은 배고프다고 빨리 차리라고 하고”
“그까짓거 얼마나 번다고 유세야, 내가 지금 아예 돈 안 번대. 좀 쉬게 놔둬, 그걸 못 참아서 어디서 바가지야”
아내가 싸우기 싫어서, 밥도 못 먹고, 그냥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렇게 배고픈던 식욕은 사라지고, 미사 강변길로 산책로로 갔다. 20년 만에 쉬는 건데, 서운한 마음이 더 컸다. 지금은 N사(유통회사)에서 받은 퇴직금과 N사(유통회사) 주식을 팔아서 이번 달 생활비는 벌써 입금을 했다.
‘저 여편네가, 내 수중에 3~4개월치 돈뿐이 없는 줄 어떻게 알았지? 돈 안 줄까봐 미리 저러는지’
마음이 심란해지니깐 잊었던 허기가 더 크게 찾아 왔다. 머라도 먹고 가야지 하면서 근처 편의점을 들렸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바로 보이는 음료코너를 보면서,
‘차가운 여명과 따뜻한 꿀차를 주던, 그 수줍어 하던 그 아가씨는 어디로 간거야. 이거 사기 아니야’
컵라면 중에서도 가장 큰 왕뚜껑과 점보 삼각김밥, 김치 없이 라면을 못 먹어서, 맛김치를 샀다.
‘내가 혼자서 청승맞게, 가오 떨어지게 이렇게 끼니를 때워야 겠어’
회사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해주던 모든 것을 혼자 할려고 하니, 너무 낯설고, 직급으로 대우받던 그 자리에 다시 가고 싶었다.
“저 젓가락은 어디 있어요? 물은요? “ 아들의 나이또래가 이어폰을 끼친, “저 아저씬 이것도 몰라” 는 표정으로, 싸가지 없이, 말 한마디 없이 턱으로 가르킨다.
‘이 편의점은 잘되긴 글렀군, 저렇게 점주가 교육을 시켜서야. 지금 세대가 글러 먹은걸까? 나도 취직 안되면,편의점이라도 해야 할 텐데,,,그럼 저런 것 들한테 시급 주면서, 시급을 만원이나 주면서 일을 시켜야 되잖아.’
최저 시급이 만원이라는 뉴스 기사가 떠오르면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만원이 아깝지, 회사 돈을 한번도 아껴적이 없었던 기억이 없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