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요즘 여름을 대표하는 노래들은 대체로 짧다. 사브리나 카펜터의 Short n’ Sweet, 찰리 XCX의 Brat 등 인기 앨범들도 대부분 2~3분 내외의 곡들로 구성됐다. 스포티파이가 선정한 여름 유망곡 절반이 3분 미만이고, 빌보드 1위곡 평균 길이도 1990년 4분 22초에서 2024년엔 3분 34초로 줄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가장 짧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음반 기술의 제약으로 곡이 짧았고, CD 도입 후에는 긴 곡도 가능해졌지만, 디지털 시대에 다시 짧아졌다. 스트리밍 수익이 30초 재생만으로 발생하다 보니, 제작자들은 도입부를 줄이고 후렴을 빨리 배치한다. 짧은 곡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틱톡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틱톡에서도 5분 가까운 곡이 바이럴을 타는 경우도 있어 단정 짓긴 어렵다.
짧은 곡이 취향 저하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ack(1961)처럼 짧고 훌륭한 곡도 많다. 음악을 짧게 만드는 것은 책의 편집처럼, “핵심만 남기는 작업”에 가깝다. 특히 신인 뮤지션에겐 곡의 임팩트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짧고 강렬한 노래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https://www.economist.com/culture/2025/06/02/hit-songs-are-getting-shorter
기술은 음악을 어떻게 바꾸는가 — 짧아지는 노래, 사라지는 형식
요즘 히트곡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틱톡과 같은 숏폼 영상이 원인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기술과 수익 구조, 그리고 매체의 진화가 음악 형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셸락판이나 바이닐판이 한 면에 3~5분밖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에, 노래는 자연스럽게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카세트와 CD가 등장하면서 더 긴 곡들이 가능해졌고, 실제로 197090년대에는 67분짜리 곡들도 흔했다. 하지만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 접어들면서, 30초만 들어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는 다시 짧은 곡을 유리하게 만들었고, 도입부는 짧아지고 후렴은 빨라졌다. 요즘 팝은 말 그대로 “지루하면 끝”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CD가 클래식 음악의 쇠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CD는 처음 등장할 때, 베토벤 9번 교향곡 전체를 담기 위해 74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설정했다. 겉보기엔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된 매체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CD는 팝 앨범의 길이를 늘렸고, 소비자는 더 많은 곡을 빠르게 넘겨 듣게 됐다. 긴 호흡과 구조를 지닌 클래식은 스킵되는 음악이 되었다.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청취 습관은 클래식을 점점 대중의 일상에서 밀어냈다.
결국 기술은 항상 예술의 형식과 구조를 바꾼다.
지금은 알고리즘과 영상 소비 문화가 노래를 짧게 만들고 있지만,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예술은 기술과 함께 만들어지고, 기술에 의해 지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듣는 방식이 바뀌면, 음악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