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업

비야디

by 기린


중국의 초저가 전기차 전략이 자국 정부마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는 5월 말 전기차 22개 모델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대표 모델 '시걸(Seagull)'의 시작가를 55,800위안(약 770만 원)까지 낮췄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가격 전쟁에는 승자도, 미래도 없다”고 경고하며,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안전 문제, 그리고 ‘중국산’ 제품 이미지 훼손을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지방정부와 기업들 간의 비생산적 경쟁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여전히 공급 중심의 구경제 모델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비야디의 주가는 가격 인하 발표 후 하락했지만, 경쟁사들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섰다.

중국에는 115개의 전기차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이 중 장기 생존이 가능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도한 가격 경쟁은 산업 전반의 과잉 생산과 수익성 하락을 초래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장기업의 약 25%가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국내 시장의 경쟁 심화로 비야디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내 판매 비중이 약 90%였던 비야디가 최근 유럽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모습은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 프리미엄으로 국내 마진 감소를 상쇄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 내 가격 전쟁은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각국 정부는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자국 산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https://www.economist.com/china/2025/06/05/now-chinas-ultra-cheap-evs-are-scaring-china

중국 전기차 산업, 그리고 보이지 않는 구조의 힘

중국이라는 나라는 참 알기 어렵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기업의 움직임이 어긋날 때, 외부에서는 당연히 중앙정부가 수직적으로 제어할 것이라 예상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산업의 과열에 대해 종종 경고하고, 때로는 직접 개입도 서슴지 않는다. 이번 전기차 가격 전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 기관지에서 "저가 경쟁은 국가 이미지에 해를 끼친다"고 나선 것은 분명 정부 차원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멈추지 않는다.
선두 업체인 비야디(BYD)조차 자사의 대표 모델 가격을 또다시 대폭 인하하며,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장면만 보면 중국도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자본주의 시장 같다는 착각이 든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중국은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되, 언제든 공산당이 최종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외형은 자본주의지만, 그 깊은 뿌리는 여전히 ‘국가 주도적 경제’다. 가격 인하 경쟁이 불붙었을 때는 기업 자율에 맡기다가, 산업 전반이 위태롭다 판단되면 언제든 조정에 나서는 이중 구조. 이것이 바로 중국식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산업이 어렵기 때문에 선두 기업마저도 가격을 낮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훨씬 더 전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비야디는 원자재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 물류, 수출까지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기업이다. 이처럼 막강한 통제력을 가진 기업이 가격을 깎는 이유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시장을 재편하려는 승자독식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산업의 어려움은 맞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이익을 확장하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몰락하고 있다.

더구나 이 가격 전쟁은 이제 국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관세를 높이고 있고, 미국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는 것도 전기차 산업의 지정학적 복잡성을 상징한다. 이런 흐름만 본다면 전기차 산업이 단기적으로 위축된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수요가 꺾였기 때문이 아니라 '누가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권력 재편의 과정에 가깝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며, 각국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호주의와 보조금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국내 마진이 줄어드는 만큼, 수출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비야디는 2030년까지 자사 차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유럽 시장에서 이미 테슬라를 추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가격 전쟁, 무역 긴장, 산업 내 구조조정은 단순한 경기 불황이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패권을 둘러싼 거대한 전환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중국은 여전히 통제와 자유, 효율과 혼란, 경쟁과 독점이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여전히 알기 어려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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