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
볼리비아, 코카 잎의 ‘마약’ 지위 철회를 요구하다
– WHO, 국제 규제 완화 여부 검토 중
볼리비아는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코카 잎이 코카인과 동일하게 국제 마약 규제 대상이 된 것은 잘못이라 주장하며, 이를 **유엔 마약협약(Schedule I)**에서 제거해줄 것을 WHO에 요청했다. WHO는 2024년 10월까지 해당 요청에 대한 검토를 마칠 예정이다.
코카 잎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역에서 수천 년간 씹거나 차로 마시며 사용되어온 약한 자극제다. 하지만 정제 시 코카인 제조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1961년 유엔은 이를 헤로인과 동급으로 규제해왔다. 반면 볼리비아는 코카의 전통적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고, 2013년엔 일부 조약에서 이탈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볼리비아는 합법적으로 22,000헥타르까지 코카 재배를 허용하고 있고, 코카차, 밀가루, 사탕, ‘코카 마추카다’ 같은 신제품도 등장하며 도시 중산층까지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된다면 국제 수출 및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우려도 있다.
일부 합법 생산분이 이미 코카인 제조로 전용되고 있어, 규제 완화가 오히려 불법 확산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면 소규모 코카 농민들이 밀려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 안건은 WHO 권고 이후, 53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마약위원회가 투표로 결정한다. 코카인 시장 확대, 페루의 반대 등으로 외교적 난관이 크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https://www.economist.com/the-americas/2025/06/12/bolivia-wants-the-world-to-stop-treating-coca-leaves-like-drugs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10월, 코카잎을 국제 마약 규제 목록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한다. 볼리비아의 요청에 따른 이번 재검토는, 단순한 약물 규제를 넘어 무엇이 마약이고, 무엇이 문화인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코카와 코카인의 관계는 커피 원두와 카페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코카인은 코카잎에서 정제·추출한 고농축 마약이지만, 코카잎 자체는 남미 안데스 지역에서 수천 년 동안 전통적으로 씹거나 차로 마셔온 자극제였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코카잎 자체를 1961년부터 헤로인과 같은 '1군 마약'으로 분류해 왔다.
반면 커피는 어땠을까? 유럽 제국주의 시기, 커피 역시 각성 효과가 강하다는 이유로 한때 금지 논란에 휘말렸지만, 결국 교황과 상류층의 사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며 제도권 안에 편입되었다. 오늘날 카페인은 전 세계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합법적 자극제'가 되었다. 담배와 술처럼 훨씬 더 해로운 물질조차 오랜 관습과 산업 구조 덕분에 합법의 테두리 안에 남아 있다.
코카잎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스페인 식민자들에게 코카는 야만적인 원주민 습관으로 간주되었고, 은광에서 노동력을 짜내는 도구로 활용되었을 뿐 문화적 가치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코카인’의 부상과 함께 코카 자체는 전 세계적인 금기의 대상으로 고착됐다.
문제는 이 결정이 과학적 검토가 아니라 정치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WHO가 아무리 코카의 위해성이 낮다고 판단하더라도, 실제 규제 여부는 53개국이 모인 유엔 마약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규제의 핵심은 과학이 아니라 외교력과 정치적 연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왜 어떤 자극제는 세계적 산업이 되고, 어떤 것은 금기로 취급되는가?
왜 유럽 상류층이 소비한 자극제는 문화가 되고, 남미 원주민이 써온 자극제는 범죄가 되는가?
물론 코카잎의 유해성은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유해성조차 맥락 없이 단독으로 판단되어선 안 된다. 볼리비아가 요구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 권리가 아니라, 수백 년간 억압당한 문화의 복권이자 자율권의 회복이다.
현대 소비자들은 전통 약초, 천연 카페인, 슈퍼푸드에 열광한다. 그런데 코카는 여전히 그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단지 건강 문제일까, 아니면 문화적 낙인의 연속일까?
결국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마약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정말 위험해서 그런가?
아니면 위험하다고 믿으라고 누군가가 정했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