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5/06/12/when-a-radical-performance-artist-has-command-of-an-army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사태는,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깊은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지만, 지금 미국 언론과 SNS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력 투입과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뜨겁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민자 단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들을 구금했고,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법적 절차 없이 미국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수년, 혹은 수십 년을 미국에서 살아왔고, 가족과 친구, 공동체를 이루며 사실상 미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이들을 강제 구금하자, 주변 지인들이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이번 병력 투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엡스타인 관련 의혹이 여론의 중심에 오르자, 이를 덮기 위해 새로운 충격적 뉴스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아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에서 시위를 자극하고 병력을 투입한 것은 정치적 적대감에 기반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단순히 이번 사건을 통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 그는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불법 이민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왔고, 이민자 문제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그가 민주당 성향의 도시와 주를 우선적으로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은, 이민자 밀집 지역이 자연스럽게 민주당 지지 성향을 띠게 된 구조적 결과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이민자 친화적인 정책은 민주당이 먼저 취했고, 그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대응이 이어졌다는 순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나는 트럼프의 경제와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문제나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비판에서는 그가 미국 내에서 확고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지지 덕분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민자 문제는 단순히 옳고 그름, 합법과 불법으로만 나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법적 기준과 인도적 현실 사이의 간극 속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민감한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번 사태를 질서 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적 퍼포먼스로 연출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사회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질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공포와 갈등 위에 세운 질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민자와 병력 앞에 꽃을 놓은 시민들의 모습은, 여전히 미국이 ‘서로 다른 두 진영’이 아닌, ‘하나의 국가’로서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