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폐쇄성

AI

by 기린

기사 요약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애플의 연례 개발자 회의(WWDC)를 다루며, 애플이 화려한 UI 개편과 기능 업데이트를 선보였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애플의 수익성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앱스토어 운영에 대한 독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AI 경쟁력의 부족이다.

애플은 자체 AI 모델을 사용자 기기에서 실행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는 성능에서 클라우드 기반 대형 모델에 크게 뒤처진다. 결국 애플은 OpenAI와의 협력을 강화했고, ChatGPT를 시리에 통합하며 일부 기능을 외부에 위임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이 AI에 대해서도 앱스토어처럼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폐쇄적 생태계는 과거에는 강점이었지만, 이제는 약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링크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5/06/12/in-the-age-of-ai-apple-needs-to-open-up

애플의 폐쇄성은 지금껏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강점으로 여겨져 왔다.
단단히 통제된 생태계는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했고,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경쟁사와 뚜렷한 차별점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AI 시대로의 전환기다. 이 전환의 중심에는 '성능'이나 '디자인'보다도, 얼마나 사용자의 맥락과 취향을 이해하는 AI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놓여 있다.

구글이 내놓은 제미니(Gemini)는 사용자 이메일, 유튜브 기록, 검색 내역 등 구글 생태계 전반의 데이터를 활용해 매우 정교한 사용자 맞춤형 응답을 제공한다. 아직 보안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AI가 개인 비서(agent) 형태로 진화하려면 사용자 데이터와 디바이스 접근은 필연적이다. 기술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애플은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자체 AI 모델을 아이폰 내부에서만 구동시키겠다는 전략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대신, 성능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출발선을 의미한다. 더욱이, 애플은 구글이나 메타처럼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하는 방식조차 스스로 차단해버렸다.

결국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외부 AI에게 권한을 일부 넘겨주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시리-ChatGPT 통합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매번 시리에게 먼저 질문을 하고, 그 뒤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GPT를 사용해 대답해주는 방식은, 통합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명백히 절반의 양보이자 어색한 임시방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애플이 이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체 AI 기술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애플이 스스로 만든 성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AI를 보유했다면, 지금의 폐쇄성은 여전히 장점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통제력은 유지하면서, 경쟁력은 뒤처지는 구조는 가장 위험한 조합이다.

더 나아가, 애플은 이미 너무 많은 걸 이 구조에 쏟아부었다.
플랫폼 구조, 정책, 기술 생태계, 사용자 인식까지 모두 '애플식 통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지금 와서 개방으로 돌아서는 건,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라 기업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변화하지 않을 수는 없다.
AI는 더 이상 보조적인 기술이 아니라, 모든 기기의 작동 원리 자체를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 전환점에서 애플이 예전처럼 다시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막대한 자본과 수직 통합 구조,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 기반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앞선다.
AI를 통제하려는 애플의 전략은 자신이 만든 규칙 속에서 스스로 발이 묶인 게임이 되고 있다.
2008년, 앱스토어를 개방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 애플이 이제는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이번에도 ‘개방’이 해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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