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생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자서전

by 기린

이스라엘과의 전면 충돌 속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다시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익숙한 구도로 돌아왔다. 미국과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며 외교적 해빙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상황은, 이스라엘의 공격(6월 13일)과 미국의 핵시설 폭격(6월 21일) 이후 전면 대립으로 급변했다.

하메네이는 가난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나 곰(Qom)에서 시아파 학문을 익혔고, 세속적 저항 문학과 이슬람 근본주의에 모두 관심을 가졌다. 이슬람 혁명 이후에는 국방차관과 혁명수비대 정치장교, 그리고 형식적인 대통령직을 거쳐, 1989년 호메이니 사후 라프산자니의 정치적 계산으로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종교적 권위가 낮았지만, 그는 권력기관들을 서로 견제시키며 스스로를 최종 심판자로 만들었다. 가디언 평의회와 민병대 바시지, 정부 전반에 파견된 감시조직을 통해 철저한 통제체제를 구축했고, 종신직이라는 이점도 가졌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지배하며, 세금도 경쟁도 없는 대기업 제국을 이끌고 있다. 검소한 이미지와 달리, 그는 혁명 이후 몰수한 재산과 시아 자선재단(보니야드)을 바탕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내부 반발을 키웠다. 특히 여성에 대한 복장 규제와 서구로부터의 고립은 대중의 반감을 불러왔고, 최근 시위에서는 그의 퇴진을 넘어 사망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그는 언제나 폭력과 탄압으로 대응했고, 샤의 몰락에서 "양보는 죽음"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심지어 왕조를 꿈꾸는 듯, 둘째 아들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전쟁, 내부 쿠데타설, 혁명수비대의 비상지도체제 수립 가능성 등 위기 요인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메네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https://www.economist.com/middle-east-and-africa/2025/06/21/ayatollah-ali-khamenei-irans-great-survivor

지도자를 이해한다는 것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까지 직접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며 사태는 더욱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가 언급한 ‘2주의 협상 유예’는 결과적으로 유예가 아닌, 단순한 전략적 숨고르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동안 사람들에게 낯설기만 했던 이란과 이스라엘의 지도자들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대중의 기억에 새롭게 새겨지고 있다. 위 글은 그런 흐름 속에서 하메네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훌륭한 서사다.

사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얼마 전 읽은 시진핑에 관한 기사도 떠올랐다. 그 글을 통해 느낀 것은, 인물에 대한 서사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치인이나 기업가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그저 자기 미화용 혹은 지지자 대상 ‘영업물’ 정도로만 여겼다. 대부분 대필일 것이고, 진실보다는 이미지 관리가 우선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시각이 달라졌다. 그 책들이 설령 진실을 왜곡한다 하더라도, 그 인물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싶은지, 자신의 삶을 어떤 이야기로 포장하고 싶어 하는지를 오히려 더 뚜렷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국 자서전이나 전기는 그 사람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창이다.

예컨대 트럼프의 자서전에서는 세상을 거래와 이미지 중심의 게임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드러난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에서는 기술 지상주의, 실행력, 인류의 미래에 대한 종교적인 확신이 읽힌다. 물론 이런 책들은 저자 개인의 시각에 편향돼 있고, 과도한 영웅 서사로 흐르기도 한다. 그러나 왜곡조차도 그 사람이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제 자서전을 읽는 이유는 명확해졌다. 그 사람의 주장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에 움직이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갈망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나 머스크 같은 인물들의 자서전은, 선전물로서가 아니라 사상적 탐사 자료로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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