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2025년 여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 북동부 보로바와 시베르스크, 동부의 포크로우스크와 코스찬티니우카 등 여러 전선에서 대규모 공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동부 전선의 군수 거점에 집중 포격을 가하며 전세를 뒤집으려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성과는 미미하다. 하루 평균 진격 면적은 15㎢에 불과하며, 병사 한 명당 약 0.038㎢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 데이터와 서방의 추정치를 종합한 분석에 따르면,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는 최대 130만 명의 사상자를 냈고, 이 중 35만 명가량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공세가 시작된 5월 이후에만 3만 명 넘게 전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측의 사망자 수는 7만3천~14만 명 사이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병력 확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매달 1만~1만5천 명의 병력을 금전적 보상으로 모집 중이며, 우크라이나는 강제 징병 문제로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황은 러시아가 인명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실질적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며, 미국은 7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통해 무기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https://www.economist.com/interactive/graphic-detail/2025/07/09/russias-summer-ukraine-offensive-looks-like-its-deadliest-so-far
얼마 전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무기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 국방부는 유럽 기지로 향하던 화물기들을 회항시켰고, 우크라이나로 가는 모든 군수품 수송을 차단했다. 이는 바이든 퇴임 직전 증액된 예산으로 유지되던 무기 지원이 사실상 바닥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한 번도 대통령 권한(PDA)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다.
이미 지난 3월,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의 공개 TV 설전 이후에도 트럼프는 일시적으로 무기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한 바 있다. 그때도 ‘지원 중단’은 푸틴과의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읽혔다. 당시에는 일론 머스크가 제공하는 스타링크의 영향력도 중요한 변수였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가까웠던 만큼, 스타링크의 군사용 통제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지만, 이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진 이상 그런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트럼프가 무기 지원을 중단한 것은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라, 푸틴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종의 카드로 활용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 트럼프는 푸틴을 비속어까지 섞어 강하게 비난했다. 필자는 이것이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신호이며, 결국 무기 지원을 재개하게 된 배경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현재 더 많은 무기, 심지어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원까지도 검토 중이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책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재배치일 가능성이 높고, 추가적인 신규 예산이 투입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푸틴은 여전히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라오스 공병의 지원까지 받으며 외국인 병력을 수혈하고, 내부 선전을 강화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판 외인부대를 연상케 하는 이 조치는, 푸틴이 전쟁 지속을 국가의 기본 기조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다가오는 부채한도 협상에서 민주당과의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추가 지원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푸틴에게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지원 재개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즉, 협상이 실패한 만큼 무기 지원을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이는 앞으로도 미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기싸움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