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미국에서 테스토스테론 주사 치료(TRT)를 받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TRT 프랜차이즈인 Gameday는 2023년 4월 이후 전국에 325개 이상의 지점을 새로 열었으며, 이는 미국 내 테스토스테론 처방이 2019년 7.3백만 건에서 2024년 1,100만 건으로 증가한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35세 미만의 젊은 남성층에서 가장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실제로 호르몬 결핍이 없더라도 피로, 우울, 성기능 저하, 근육 증가의 어려움 등 증상을 이유로 치료를 받는다.
이 열풍은 조 로건, 댁스 셰퍼드 등 유명 팟캐스터와 틱톡 바이오해커들에 의해 더 확산되고 있으며, "기성 의료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자(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도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 기준 없이 치료가 남용되는 문제도 크다.
미국 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작년 TRT를 받은 환자의 25%는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아예 측정하지 않았고, 실제 결핍이 아닌 환자도 3분의 1에 달했다. 일부 전문가는 절반 가까이를 치료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보디빌딩 수준이 아닌 한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되지만, 불임, 약물 오염, 용량 불안정 등의 위험이 있으며,
많은 클리닉이 FDA 미승인 조제약(compounded drugs)을 사용하는 탓에 약품 품질과 치료 기준이 크게 차이난다.
마지막으로, 테스토스테론은 미국에서 통제 약물(Schedule III)로 분류되며, 불법 거래 시장도 활성화되어 있다.
Gameday의 책임자는 "수요는 이미 폭발했고, 문제는 그것이 병원에서 충족되느냐, 체육관에서 충족되느냐의 차이"라고 말한다.
https://www.economist.com/united-states/2025/07/08/american-men-are-hungry-for-injectable-testosterone
이코노미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열풍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떠오른 몇 가지 흐름들을 함께 떠올렸다.
위고비 같은 다이어트 약물, 제로음료 열풍, 온리팬스의 확산, 그리고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도핑이 허용된 스포츠 대회 ‘Enhanced Games’까지.
처음엔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현상들 속에서, 나는 하나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 모든 현상은, 현대인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결핍의 감각, 그리고 그 결핍을 즉각적이고 정밀한 방식으로 보충하려는 욕망과 연결돼 있다.
제로음료는 더 이상 단순한 다이어트 음료가 아니다.
칼로리를 제거하면서도 맛과 자극은 유지하고 싶다는 인간의 이중적인 욕망을 정교하게 포장한 결과물이다.
사람들이 원래 사랑하던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는 거의 예외 없이 제로버전을 출시했고,
아예 제로를 기본으로 한 신제품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식품 트렌드를 넘어, 죄책감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쾌락, 혹은 부담 없는 욕망 실현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위고비와 같은 체중 감량 주사제는
더 이상 비만한 사람들만을 위한 의학적 처방에 머물지 않는다.
지방은 줄이되 근육은 잃고 싶지 않고, 숫자상 감량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이상적인 몸'을 원하는 이들의 욕망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위고비가 체지방을 줄이는 데는 탁월하지만 근손실을 막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위고비로 살을 뺀 뒤, 혹은 동시에 단백질이 첨가된 식품과 고단백 보충제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제 체중 감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살을 뺀 이후에 '보충'을 통해 진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몸은 점점 더 ‘관리의 대상’이자, ‘설계 가능한 상품’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 설계의 중심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사’를 선택하고 있다.
그것이 위고비든, 테스토스테론이든, 혹은 성장호르몬이든 간에,
우리는 자연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수치와 약물로 구성된 이상적 자아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현실 관계에 대한 실망과 피로, 그리고 그로부터의 도피다.
나는 한국과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정치 갈등과 남녀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나라라고 생각한다.
두 나라 모두에서 현실의 관계는 점점 더 피로하고, 고통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남녀 갈등은 이제 단순한 이성 관계의 문제를 넘어서, 성 자체에 대한 회의와 무기력감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쉽게 포르노와 온리팬스 같은 디지털 성인 콘텐츠로 도피한다.
이곳에서는 감정도 관계도 필요 없다.
원하는 자극을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접근성과 선택의 자유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현실 관계에서 느끼는 성적 무기력증을 더 강하게 부여한다.
정서적 연결 없는 자극은 곧 정서적 고립으로 이어지며,
그 결과 현실에서의 만남과 연결은 점점 더 무기력하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된다.
결국 남성들은 점점 성욕 저하, 자신감 상실, 활력 부족을 호소하게 되고,
그 해답을 테스토스테론 주사에서 찾는다.
실제로 현재 TRT 클리닉 중 일부는 정상 수치를 가진 이들에게도 증상이 있다면 주사를 권하며,
심지어 정상 수치지만 기분이 안 좋으면 맞아도 된다는 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궁극적인 형태가 바로 Enhanced Games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이 도핑 허용 스포츠 대회는,
사실상 지금까지 언더그라운드에서 행해지던 신체 보완 행위를
‘공식화’하고 ‘승인’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대회는 도핑을 '금지된 행위'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기술'로 간주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반드시 나쁜 흐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도구를 통해 인간을 확장해왔다.
농기구가 노동을 대신했고, 안경이 시력을 보완했으며, 인터넷이 기억력을 대체했다.
이제는 몸과 감정, 성적 자기감각마저도 기술로 보완하고 설계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일 뿐이다.
그것이 기계적인 자기 기만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돌보는 새로운 방식이라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더 자유롭고, 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핑이 금지된 이상향이 아니라, 관리되고 책임 있는 선택으로 제도화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 없는 몸, 자신감 있는 정신,
그리고 사회적 억압에서 자유로운 자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이제 단순히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구성하는 존재가 되었다.
기술은 그 구성의 도구이며, 우리는 그것을 거부하는 대신,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이 변화가 불안보다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언제나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