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

전쟁

by 기린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6월 30일 밤에서 7월 1일 사이, 미 국방부는 유럽 기지로 향하던 화물기들을 회항시켰고, 이는 우크라이나로 가는 방공미사일과 기타 무기의 공급이 중단됐다는 신호였다. 공식적으로 어떤 무기가 어느 정도, 얼마나 오래 중단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패트리어트(Patriot) 요격미사일, 스팅어(Stinger) 대공미사일, 공대공 미사일, 헬파이어(Hellfire) 공대지 미사일, 지대지 로켓, 포탄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번 중단을 “전 세계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여 미군의 전투 준비태세와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이는 일시적이고 전 세계적인 재검토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대변인 숀 파넬은 “우리는 전 세계 모두에게 무기를 제공할 수 없다. 미국과 세계 곳곳의 미군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포탄, 부품을 포함해 모든 미국산 무기 수송이 중단됐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압박의 일환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공개적인 TV 설전 이후 미국은 일시적으로 무기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조치도 미국이 정치적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관계는 다소 개선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즉각적인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반면 러시아는 시간 끌기를 통해 전장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루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추가 지원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공급량은 부족한 상태다.

미국의 전반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월 복귀 이후 단 한 건의 PDA(Presidential Drawdown Authority)를 통해 무기 지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 의회에서 승인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도 아직 집행되지 않았고, 현재 의회를 통과 중인 “One Big Beautiful Bill”에도 우크라이나 지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방부의 정규 예산안 중 우크라이나 항목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바이든 퇴임 직전 증액되었던 무기 지원 라인이 점점 소진되고 있지만, 새로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지원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군 재고에서 바로 무기를 보내는 PDA 방식, 다른 하나는 제조사로부터 무기를 구매해 전달하는 USAI(Ukraine Security Assistance Initiative) 방식이다. 트럼프는 PDA를 중단했고, 기존에 계약된 USAI 물량만 2028년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중단이 그 흐름마저 막는다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미국의 군사지원이 사실상 종료되는 셈이다.

국방부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무기 재고 부족에 대해 내부적으로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특히 포탄, 방공 무기, 정밀유도무기의 재고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이어졌고, 이번 조치의 배후에는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 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트럼프는 취임 당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첫날에 끝내겠다’고 약속했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휴전조차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는 침공국이며, 협상에 비협조적인 쪽이지만, 미국 입장에선 서방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더 쉽게 압박할 수 있는 대상이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드론 산업 등 자체 방산 역량을 키워왔고, 현재는 유럽이 미국보다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은 국방비를 높이며 미국의 공백을 메우겠다고 했지만, 방공 무기, 특히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여전히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이 곧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조금씩 전진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줄어드는 만큼,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더 많은 영토와 인명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5/07/02/americas-ominous-new-halt-on-weapons-to-ukraine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군복 차림으로 참석해 보기 드문 정상 간 고성이 오가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장을 입고 트럼프를 만났다. 이는 두 정상 간 관계가 일정 부분 개선되었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젤렌스키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외교적 상징으로서 복장은 종종 메시지를 전달한다. 군복에서 정장으로의 변화는, 전선에서 싸우는 지도자에서 외교적 설득자로의 역할 전환을 암시한다.

이번 무기 공급 중단 사태 역시 눈여겨볼 지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은 사실상 바이든 정부 시절 편성된 예산에 기반해 유지되어 왔고, 트럼프 정부는 별도의 신규 지원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의지를 가지고 지원한 것이 아니라, 관성적으로 흘러가던 예산이 소진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만약 트럼프가 푸틴에게 제안한 조건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이었다면, 이 지원의 중단은 전쟁 종식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푸틴이 바라는 방향에 부합하는 조치일 수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트럼프는 전쟁을 종식시킨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러시아에게 넘겨줬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자국의 전략적 우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해준 군사 지원은 기본적으로 선의에 기반한 것이며,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는 명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정치적 공세를 받을 것이고, 자신이 갈망해온 노벨평화상에서는 점점 멀어질 수 있다. 특히 푸틴이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전쟁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트럼프는 그조차 통제하지 못한 지도자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유럽의 경우, 무기 제공을 무상 원조가 아닌 대출 형식으로 처리한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은 회수하지 않을 ‘원조’ 방식으로 무기를 지원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외교적 접근은 예측 불가능하며, 어떤 합의도 최종적이라 보기 어렵다. 전쟁의 끝이 가까워진 듯 보이는 지금, 그 끝이 누구의 승리로 기록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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