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미중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자사의 AI 칩(H20)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 양측을 외교적으로 설득해내며 큰 성과를 거뒀다. 그는 트럼프와 면담한 후 곧바로 중국을 방문해 H20 수출 재개를 이끌어냈고,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수십억 달러의 매출과 이익을 회복했다. 황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와 시진핑식 ‘국제 협력’ 모두에 능숙한 언어를 구사하며 미중 양측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팀 쿡도 애플의 공급망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유사한 외교적 노력을 했지만, 최근 중국의 규제와 기술 자립 움직임으로 인해 애플의 중국 매출은 감소했고, 애플의 AI 전략 부재는 시가총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애플보다 낮고, 기술 혁신도 계속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만, AI 칩은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민감한 지정학적 기술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추가 관세 위협이나 중국의 국산화 가속화는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 특히 화웨이는 이미 H20보다 뛰어난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어,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엔비디아는 중국에서의 입지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젠슨 황은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당장의 이익뿐 아니라 장기적 생태계 경쟁력도 신중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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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일부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의 H20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AI 칩을 자체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대역폭이나 연산 지속성 측면에서 화웨이의 Ascend 칩이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칩을 수입하려 애쓰고 있으며, 젠슨 황은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 H20 수출 재개를 이끌어냈다. 단순히 성능 비교로 설명되기 어려운 이 선택은, 결국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생태계에 대한 의존성과 전략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엔비디아는 CUDA를 중심으로 이미 전 세계 AI 훈련과 추론의 사실상 표준을 형성했다. 중국의 대학과 기업들도 수년간 이 생태계에 기반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화웨이 칩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 재구축에 가까운 비용과 리스크를 동반한다. 기존 모델과의 호환성 문제, 검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환경, 낮은 도구 지원 수준은 성능보다 더 본질적인 장벽이 된다. 엔비디아는 드라이버, SDK, 프레임워크 지원 등에서 검증된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며, 이 점은 중국 내부에서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젠슨 황은 어떻게 트럼프를 설득했을까? 직접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아마도 기술 제재가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을 것이다. 과거 한국이 수입을 제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도약했듯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는 오히려 중국의 AI 칩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딥시크와 화웨이 칩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으며, 성능 측면에서도 H20을 추월했다는 분석이 일부 나오고 있다. 젠슨 황은 이런 흐름을 근거로,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를 보호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 기술로의 전환은 필요하지만, 당장의 AI 주도권 경쟁 속에서 칩 개발까지 병행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AI 알고리즘, 대규모 데이터, 응용 인프라를 선점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칩까지 자급하려는 것은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자국 칩 일변도는 서방의 기술 분리 압박을 자극해 오히려 국제 기술 시장에서 더 고립될 위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당분간 엔비디아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기술 자립의 시기를 조율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이미 차세대 칩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2025년 하반기에는 Blackwell Ultra가 출시되고, 이어 Rubin과 Rubin Ultra, Feynman까지 성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수출 제한용 칩 역시 점차 성능이 개선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별다른 리스크 없이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파는 회사를 넘어, AI 인프라의 글로벌 기준을 만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젠슨 황은 이러한 기술적 우위에 더해, 정치적 언어 사용에도 능숙하다. 미국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국내 제조 부활’이라는 트럼프식 화법을, 중국에서는 ‘AI의 안전하고 공정한 발전’이라는 시진핑식 수사를 사용하며 양국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그는 기술, 외교, 시장의 세 축을 동시에 조율하며, 팀 쿡 이후 미중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외교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다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도 미중 양쪽 모두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일 것이다.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생태계 장악력과 지정학적 유연성, 그리고 전략적 설득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다. 그리고 지금, 젠슨 황과 엔비디아는 그 조건을 가장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