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
중국은 현재까지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도 수출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수출은 전년과 동일한 5.8% 성장률을 기록했고, 미국 수출 감소분은 동남아 등으로의 수출 증가가 일부 상쇄했다. 이는 관세 인상을 우려한 ‘선적 앞당기기’와 일부 편법, 그리고 수출시장 다변화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8월 12일 미·중 협상이 결렬되면 관세가 더 오르거나, 최소한 선적 앞당기기는 종료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은 베트남 등 제3국을 경유한 ‘환적’을 단속하며 40% 고율 관세를 예고하고 있어, 중국산 상품의 우회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증가율이 하반기부터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부가가치 제품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납품 단가 하락으로 인한 중국 업체의 수익성 악화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https://www.economist.com/china/2025/07/17/chinas-exporters-shrug-off-the-trade-war-for-now
중국의 통계는 경제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흐리게 만든다
중국의 성장률은 언제나 5% 근처를 맴돈다. 세계적인 침체, 수출 둔화, 내수 부진 속에서도 항상 그 ‘마법의 수치’를 유지한다. 이제 이 숫자는 신뢰의 지표가 아니라 통계 왜곡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성장률뿐 아니다. 중국의 월별 수출 통계 역시 일관성이 없고, 일부는 공개되지조차 않는다. 숫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수준이다.
물론 정확한 선적 물량이나 실제 흐름은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적 앞당기기(front-loading)' 현상은 단순 추측이 아니다. 이미 작년 트럼프가 관세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대선에서 승리한 시점부터 중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정황이 여럿 관찰된다.
실제 수출 데이터를 봐도 흐름은 명확하다.
2024년 10월부터 대미 수출이 완만히 증가했고, 2025년 1월에 급격히 치솟은 뒤, 다시 빠르게 하락했다.
10월의 상승은 통상적인 계절 요인—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물량 수요—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1월의 급등은 명백히 정치적 리스크, 즉 트럼프의 재당선과 관세 위협에 대응한 선적 앞당기기의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수출 총액은 줄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환적(transshipment)’, 일명 ‘택갈이’로 불리는 수출 우회 방식 때문이다. 중국은 완제품이 되기 직전의 상품을 동남아(특히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나 일부 아프리카 국가로 보내, 거기서 가볍게 조립·포장하여 원산지를 해당국으로 바꾼 뒤 미국에 수출한다.
트럼프의 관세를 정면으로 피하려는 전략적 회피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환적 구조는 이미 1차 미중 무역전쟁 때도 등장했던 방식이다. 당시에도 수출이 왜곡되었고, "관세에도 중국 수출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관세 시행 전 물량 폭탄이었음이 나중에 드러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는 반복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너무 관대하거나, 너무 느리다.
중국의 전기·전자 장비는 여전히 전체 수출의 1/4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전기차,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은 미래 산업의 대표 주자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불안 조짐이 뚜렷하다.
자금 유동성 위기, 내수 침체, 해외 규제 확대가 동시에 밀려오고 있으며,
심지어 러시아조차 중국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중국은 단순히 이동수단만 파는 것이 아니다.
배터리, 통신장비, 부품, 전자기기 등 수많은 품목이 ‘전기전자’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미래를 이끌 핵심 기업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중국의 수출은 여전히 강하다는 인상 뒤에는, 조작된 통계와 전략적 회피, 그리고 구조적 위기가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