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갈이
이전에 환적에 대한 기사를 보고 생각하며, 관세회피용 환적 외에 다른 방향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추가적으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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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China"가 "Made in Switzerland"가 되는 마법
원산지 표기는 단순한 생산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관세 회피를 위한 환적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전략적 환적도 존재한다.
흔히 무역에서 환적(transshipment)은 관세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로 보내져 일부분 가공된 뒤,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어 높은 중국산 관세를 회피하는 구조다. 이는 미국-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더욱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환적은 단지 세금 회피만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실제로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소비자 인식을 조작하기 위한 '이미지메이킹형 환적'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비싸게 팔기 위한 환적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위스 시계다. 대부분의 부품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지만, 최종 조립과 품질 검사를 스위스에서 진행하면 'Swiss Made'라는 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스위스 법에 따르면 전체 제조비의 60% 이상이 스위스에서 발생하면 이 표기가 허용된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스위스제 시계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라벨은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의류 산업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은 사실상 방글라데시, 튀니지, 루마니아 등지에서 대부분의 재봉을 진행한다. 그리고 최종 공정이나 라벨 부착만 파리나 밀라노에서 수행함으로써 'Made in Italy'를 유지한다. 이는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심지어 중국 내 일부 공장에서는 실제 명품 브랜드의 하청을 맡았던 노동자들이 기술과 자재를 유사하게 활용해 품질이 거의 구분되지 않는 이른바 ‘고급 위조품’을 제작하기도 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심리에 기반한 상업적 판단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인식하는 '원산지'가 실제 제조의 실태와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품질 보증서처럼 여겨지는 원산지 라벨"은 사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최적화된 브랜드 전략의 산물일 수 있다.
결국 원산지는 단순한 출처가 아니라, 가치와 신뢰를 설계하는 수단이 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진짜 품질이 어디서 오는지를 묻는 태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