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최근 여러 기사를 읽으며 기본소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고려할 것이 너무 많고, 필자처럼 지식이 얕은 사람이 이런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오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하나의 상상과 탐색으로써 이 글을 남긴다.
1. 기본소득은 정말 작동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기본소득이 인간의 생존을 완전히 보장해주는 경우, 다른 하나는 일정 부분만 보완하며 여전히 노동이 필요한 경우다.
후자의 경우, 결국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단지 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으며, 실질적 구매력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의 경우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생계를 보장받은 사람들이 왜 일을 해야 하는가?
결국, 전체 사회의 생산력은 하락하고 세수도 감소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2. 핵심은 소득이 아니라 ‘가격’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통찰이 하나 있다.
기본소득의 본질은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기업들이 생산품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있다.
당장 최근 대한민국에서 민생지원금 15만원 이후로 일부 가게에서는 시기에 맞춰 가격을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매우 소규모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현재 사람들의 소득수준에 15만원이라는 수치는 매우 미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기본소득이 가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명백하다.
아무리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줘도, 공급을 독점한 기업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하여 가격을 올릴 것이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다시 구매력이 하락하며, 더 많은 기본소득이 요구된다.
이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기본소득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3. 그렇다면 어떻게 가격을 낮출 수 있는가?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출 일은 거의 없다.
생산 단가가 0에 가까워진다고 해도, 판매 가격은 여전히 ‘수요에 맞춰’ 책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는 몇 가지다:
대규모 실업과 구매력 붕괴
→ 판매처를 잃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
정치적 저항 또는 혁명
→ 미래형 러다이트 운동처럼 대중이 반발하여 강제로 가격을 내리게 만드는 방식
정부의 강제 개입
→ 가격 상한제 또는 필수재 가격 규제 등 정책적 가격 통제
하지만 세 번째 방식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며, 부패하지 않고 유능한 철인형 지도자가 아니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그런 철인 지도자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4. 첫 번째 도입국은 누구이며, 누가 따라올 것인가
기본소득을 처음 도입하는 국가는 분명히 AI 기술력과 자본력을 겸비한 선진국일 것이다.
하지만 이 국가조차도 기본소득 도입 후 생산력 하락이라는 대가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나라들은 쉽게 따라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이 작동하려면 단순한 재정 여력뿐 아니라, 생산수단과 가격 결정권이 정부 혹은 공동체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생산수단은 민간 기업에 있다.
국가가 아무리 기본소득을 설계하더라도,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세수를 부과받는 순간 떠나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국가의 몰락을 의미할 수도 있다.
5. 디스토피아적 상상
인간의 역사는 착취와 지배의 반복이었다.
우리는 농경 시대 잉여생산물부터 산업혁명, 식민지 무역까지 늘 생산물은 지배층의 것이었고, 그 생산은 타자의 노동에 기반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물건들—초콜릿, 옷, 전자기기—의 이면에는 아동노동과 인권 탄압이 있다.
우리는 저렴하고 편리한 소비를 위해 불평등을 외주화하며 살아왔다.
과거엔 흑인 노예가, 지금은 저소득국가의 노동자가,
그리고 미래에는 AI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 모른다.
착취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단지 피지배자가 바뀔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착취구조와 AI는 다르다.
현재까지도 인프라나 국가의 발전 정도를 극복하지 못하여 신분제가 사라졌을지언정 세계의 백인들은 절대다수의 흑인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있고, 저소득국가들은 현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AI들은 근미래에 모든분야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줄 것인데,
오히려 연구 및 기술 개발을 AI가 하고 인간들이 단순노동을 할 수도 있지않을까?
그러한 AI들의 연구결과들은 이미 자본을 독점한 소수의 지배자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다.
6. 기본소득은 ‘놀고 먹는 자유’를 줄까, 아니면 ‘기계에게 길러지는 삶’을 줄까
AI가 인간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상상은 참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그려지지 않는다.
AI가 모든 일을 대신하고, 인간이 기본소득으로 연명하는 미래는, 낙원이 아니라 정적인 감금 상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잡아먹히지 않지만, 먹이고 감시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동물원에 있는 동물처럼,
자유는 없고, 생존만 보장된 상태.
맺으며
나는 똑똑하지 못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막연히 꿈꾸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세상이 오려면, 기술이 아니라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소득이 아니라 가격이 바뀌어야 한다.
노동이 아니라 권력이 재편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소득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또 다른 이름의 감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