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독일의 맥주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2025년 상반기 판매량은 199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40억 리터 이하로 떨어졌으며, 1인당 연간 소비량도 2005년 112리터에서 90리터 미만으로 감소했다. 한때 체코 다음으로 1인당 소비가 많았지만, 현재는 세계 8위로 밀렸다.
감소 원인으로는 인구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음주 기피, 외식·숙박업 부진 등이 지목된다. 가격 요인도 거론되지만, 대형마트에서 파울라너 한 상자가 15유로 수준인 점을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와인 소비 감소는 훨씬 완만하다.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전체 생산의 10%에 육박하며, 뮌헨에는 무알코올 맥주 전문 비어가르텐도 생겼다. 그러나 전통적인 ‘맥주 순수령’이 혁신을 제한하고 있고, 비알코올 제품이 줄어든 주류 맥주 소비를 메우기는 어렵다.
수출도 내수보다 더 빨리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약 100곳의 양조장이 문을 닫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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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맥주 소비량은 2010년 대비 약 20% 감소했으며, 와인 역시 OIV 자료를 기준으로 약 15~20% 줄었다. 증류주는 2000년대 초반 대비 약 10% 감소해 가장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주종에서 소비량이 줄었다. 이 결과 총 알코올 소비량은 약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소주의 경우는 감소폭이 더 크다. 2017-2021년 사이 병 수 기준으로 –12.7% 줄었고, 같은 기간 평균 도수도 17.8%에서 17.0%로 하락했다. 이를 순알코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7% 감소한 셈이다. 더 오래된 통계는 찾지 못했지만, 그 이전에 소주의 도수가 낮아지고 소비량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기간을 늘리면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변화는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단순히 경기 불황에 따른 사치재 소비 위축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건강에 대한 기준점’이 높아진 것이다. 위고비, 제로음료, 남성호르몬 보충제, 단백질 음료 등 건강·체형 관리 제품은 이미 대중화됐으며, 최근 통계에서도 알코올 소비와 흡연률이 동반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전자가 외모·체형 관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면, 알코올과 흡연의 감소는 건강 그 자체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화다.
독일의 경우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지난 10년간 생산량이 약 2배(2013년 2.67억 ℓ → 2023년 5.56억 ℓ)로 성장하며 전체 맥주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일부 소비자들이 알코올 섭취를 줄이더라도 맥주라는 문화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필자가 살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그런 부류들이 무알콜 음료를 마시며 같은 분위기에 녹아들길 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회식 문화 약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학과 직장에서 강제적인 음주 자리가 많았지만, 현재는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줄었다. 여기에 ‘대체제의 증가’도 한몫한다. 콜라는 제로칼로리·제로카페인 버전이 등장했고, 담배는 전자담배로 간접흡연과 건강 부담을 줄였다. 주류 시장에서도 무알코올 맥주와 무알콜 와인이 확실히 자리잡으며, 고도수의 알코올이 아닌 ‘맛’을 즐기는 소비층이 늘고 있다.
결국, 전쟁 이후 세대가 ‘길어진 수명’ 속에서 ‘가난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경험이 더해져,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과거에는 ‘오래 사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목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