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체제

민주주의

by 기린

홍콩의 언론 재벌 지미 라이는 2019년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NSL)과 기본법 23조에 따라 선동·외세와의 결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죄 가능성이 높으며,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국가보안법(2020)과 기본법 23조(2023)는 광범위한 국가안보 관련 범죄를 신설해 정치적 반대 의견을 처벌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는 홍콩의 사법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기업계는 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으나, 홍콩 시민들은 억압을 체감하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 사법제도는 여전히 본토보다 절차적으로는 독립성을 유지하지만, 정치적 사건에서 중국의 간접적 영향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판사들의 사퇴, 항소 사례, 그리고 일부 무죄 판결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법조계 독립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우수 인재의 사법부 기피 현상도 우려된다.

https://www.economist.com/china/2025/08/21/hong-kongs-courtroom-dramas

홍콩은 오랫동안 아시아에서 ‘법치의 섬’으로 불려왔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될 때 중국은 보통법 체제를 존중하고 자유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가보안법(NSL)과 기본법 23조가 시행되면서 그 약속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미 라이는 홍콩에서 언론 자유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그는 시위대를 지지했고, 도망칠 수 있었음에도 남았다. 하지만 현재 그는 외세 결탁과 선동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사실상 유죄가 예상된다. 홍콩 시민들은 이제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기를 두려워하고, 한때 일상이던 대규모 평화 시위도 사라졌다.

겉으로는 홍콩의 사법 체계가 여전히 절차적 독립성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와 무관한 사건에서는 기존 보통법적 절차가 유지되고, 본토와 달리 장기간의 재판과 공개 보도가 허용된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에서는 다른 현실이 드러난다. 배심원 없는 재판, 특별 심사 판사 풀 제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최종 해석권은 모두 판결이 권력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인들의 태도다. 미국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오히려 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는 2019년 홍콩 시위 이후 제정된 법안들을 보며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과적으로 이 법들이 사회운동이나 민주화 인사들을 겨냥하는 데 집중되고, 기업 활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법을 통해 민주화운동을 직접 금지한다는 표현을 넣을 수 없으니, 전복·외세 결탁·국가안보 위협과 같은 모호하고 포괄적인 개념을 만들어 당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을 제압하는 데 활용하면서, 기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암묵적 룰이 형성된 것이다.

해외 판사들의 이탈과 일부 항소 사례는 사법 독립성 약화의 신호로 읽힌다. 특히 영국 대법관 출신 로드 섬프션은 “중국이 강한 관심을 가진 사건에서 법원이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이는 홍콩 사법부의 권위와 매력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의 유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홍콩 법원의 판사들은 현실적인 제약을 잘 알고 있다. 중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치적 균형 속에서 최소한의 법치와 절차를 지켜가려는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균형은 점점 더 중국 본토의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홍콩은 여전히 중국 본토와는 다른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미 라이 재판과 같은 사건은 홍콩 사법 독립이 단지 형식적 껍데기에 불과해지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치의 섬’이라는 명성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홍콩의 일국양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면, 대만이 전쟁 없이 중국과 하나가 되는 길이 열렸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홍콩 시위 이전까지만 해도 소수지만 중국과의 통일론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그러나 홍콩의 붕괴 과정을 목격한 이후 대만 사회의 반중 정서는 강해졌고, 애국심은 오히려 강화됐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홍콩 요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통일 여론이 줄어든 것처럼 시대적 변화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에는 GDP 격차 같은 경제적 요인이 큰 반면, 대만의 경우 체제와 자유에 대한 불신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홍콩의 사례를 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법의 포괄성에 대해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국가마다 법의 구성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독일처럼 성문법이 비교적 세세히 규정된 경우에도 판례, 도덕, 윤리를 통해 보완되며 법이 운용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포괄적인 문구를 무기로 체제와 경제, 사회 전반을 간섭할 수 있다면, 삼권분립의 의미도, 건강한 사회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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