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멸과 국가 소멸

인구 감소

by 기린

농촌 영국은 겉으로는 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남부 잉글랜드에서는 주택 건설과 인구 유입, 태양광 발전 확산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Mid Suffolk로, 인구 11만 명 규모의 이 지역은 2024년 한 해에만 1,000채 이상의 집이 지어져 대도시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그린벨트 규제로 건설업체들은 농촌을 선호하며, 국내 이주로 인한 인구 유입도 크다. 실제로 2023~24년 사이 인구가 2.6% 늘어나 영국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 경제에도 반영된다. 농업은 전체 고용의 3%에 불과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 기업들은 맥아, 스시, 양조 등 다양한 업종을 운영하며, 주택 공급 확대는 이들의 인력 수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농업 보조금 정책 변화로 단순 면적 지원이 줄고 환경 보호 활동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면서 처음에는 농가 이탈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각화와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농촌 풍경을 바꾸는 주요 요소다. 남부 잉글랜드에서는 농지 위 태양광 패널이 빠르게 확산되며, 2023-24년 기준 영국 농가의 27%가 직접 태양광으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는 지역사회에서 경관 훼손, 농지 전용, 관광업 피해 우려 등으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가 겹치며 물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일부 기업은 생산 확대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이처럼 농촌 내부에서는 주택 개발, 태양광 설치, 세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과 불만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의견도 일률적이지 않다. 농촌이 한목소리를 내는 집단이라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변화에 불만을 품는 이들이 있는 반면, 새로운 주택들은 인근에 태양광 설비와 초고압 송전탑이 있어도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https://www.economist.com/britain/2025/08/24/in-some-ways-rural-britain-is-changing-faster-than-its-cities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은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이라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인구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국은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이 증세가 더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각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정치적으로 최근 크게 이슈화되거나, 논란이 큰 부분이다. 다만 오늘은 구체적인 정책 논의보다는 이 문제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고자 이 이야기를 꺼냈다.

저출산과 지방소멸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다. 인구 부족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외부 유입 없이는 해법이 요원하다.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떠난 인구를 다시 지역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도심에서 태어난 세대를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교육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에 모여든 세대에게는 고향이라는 연결고리가 남아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고향 회귀’를 유도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시골에서 농사나 1차 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농촌의 공동체적 ‘인심’은 이미 옛말이고, 농업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축이 있다. 바로 은퇴 세대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만, 평균 기대수명이 이미 83세에 달하고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허상만은 아니다. 문제는 정년이 60세, 실질 은퇴 연령은 50세 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남은 30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지금, 그들을 지방으로 돌려보낼 정책이 절실하다.

기술 발전으로 필요한 인력은 줄고 전문 인력만 남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은퇴 세대가 단순히 ‘잉여 노동력’으로 남지 않고, 지방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한다면 균형 발전과 개인의 제2의 삶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지방에 남아있는 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만 받는 기업들이 아니라면 모두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기업들을 상대로 도심에서 전문성을 키운 인력들이 내려간다면 지방 기업들에게도 좋고, 은퇴 후에 상실감과 고립감을 느끼고 위축되어 있는 중장년층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방에 남아있는 기업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간 후에는 이미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한국은 과거 순이민이 마이너스였지만, 지금은 체류 외국인이 265만 명(전체 인구의 5%)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는 이민자는 주로 고학력자나 자산가이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는 개발도상국 출신 노동·결혼 이민자가 많다. 기술 패권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재들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다.

해외로의 이민이 고학력자나 자산가인 이유는 언어의 장벽이 크다. 유럽에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식민지시절 아메리카에 퍼트린 그들의 언어 덕에 중남미 개발도상국의 고학력자들이 이민을 많이 오지만, 이탈리아의 경우는 외부로의 이민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반대로 이탈리아 내부에서 고학력자들은 외부로의 이민에 적극적이다(이는 이탈리아 내부의 부패와 일자리 부족과도 관련이 있음). 우리나라도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공무원같은 안전한 직종만 원하는 사회가 고착화되면, 기술직과 전문직들은 모두 해외로 떠날 것이고 이는 발전동력을 모두 잃는 일이 된다.

따라서 한국이 직면한 인구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은퇴 세대를 지방으로 돌려보내 그들의 경험과 역량을 지역 균형 발전에 활용하는 것.
둘째, 고학력 전문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금 낮은 조건이라도 고향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국가 차원에서 지탱해 주는 것.

이탈리아처럼 재정적자나 부패지수 모두 말도 안되는 수준의 국가가 아직도 G7인 점은 그 위치와 과거의 유산에 기반한 관광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한국 문화의 위상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한들 이는 현대에 생긴 것이며, 발전이 저해되면 마치 한국의 게임산업처럼 언제든 자리에 주저앉을 수 있다.
언어의 장벽이 외국의 문턱을 막고 고학력자들이 빠져나가는 거름막이 되기 전에, 우리는 국가가 가장 필요한 인재들이 국가를 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은퇴 세대가 무력하게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인구 위기 시대의 핵심 정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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