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트럼프는 푸틴·젤렌스키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추진 중이지만, 핵심인 ‘안보 보장’이 모호하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일부를 내놓기를 요구하고, 휴전 없이 곧바로 최종 합의를 하자고 한다. 트럼프는 이에 호의적이지만 유럽은 반대한다.
트럼프는 나토 가입을 거부하면서도 “나토 5조와 유사한 보호”를 언급했으나, 실제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는 과거처럼 보장 발동을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을 넣으려 한다.
현실적 대안은 과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처럼 무력한 ‘확약’이거나, 제재 복원 정도의 중간 수준 보장이다.
영·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러시아 공격 시 대응 방식이 불분명해 위험하다.
마크롱은 진정한 보장은 우크라이나군 자체라 강조하며, 러시아가 군사력 제한을 요구하는 합의는 수용 불가하다고 밝혔다.
즉, 러시아의 거부권과 모호한 보장 방식 때문에 확실한 안전장치는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5/08/20/security-guarantees-for-ukraine-are-dangerously-hazy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의 테이블에서 트럼프, 푸틴, 젤렌스키는 서로 다른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의 요구는 단순하다. 전쟁을 빨리 끝내고 노벨평화상을 얻는 것. 푸틴은 지금까지의 경제제재 해제, 점령한 영토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영구 불가, 그리고 사실상의 무장 해제를 원한다. 반면 젤렌스키의 요구는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국가의 존립을 지킬 최소한의 선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최근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에서 푸틴은 아직 점령하지도 않은 돈바스 지역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젤렌스키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돈바스 이후의 지형은 넓은 평야로, 방어가 훨씬 더 어렵다. 이미 도심과 광산이 있는 지형에서도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힘들었던 우크라이나가 평야에서 러시아군을 저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돈바스는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이곳을 잃으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회생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유럽에서 빌린 전비를 갚는 것만으로도 재건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 경제 불안과 서방의 원조 축소로 우크라이나가 예전처럼 지원에 기대 성장할 가능성도 낮다.
우크라이나의 국내 여론을 보면, 고려 시기에 몽골을 상대로 양반들이 파벌을 나눠 끝까지 싸울 것인지, 굴복할 것인지를 두고 싸우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이대로 돈바스 지역을 넘긴다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이 되어 젤렌스키는 축출될 것이며, 반대로 어차피 이대로 전쟁을 계속하면 국민의 피만 더 흘릴뿐 결과는 같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정치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젤렌스키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전체적인 여론은 전쟁을 끝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평화협정의 대가로 요구하기 이전의 조사로서, 지금은 다를 수 있음) 하지만 이대로 전쟁을 멈추면 잠깐의 평화는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는 군사·경제 양면에서 러시아의 속박에 들어갈 위험이 크다. 트럼프가 원하는 ‘즉각적인 평화’는 젤렌스키에게 사실상 국가의 미래를 내놓으라는 요구일 수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다.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보를 약속받았지만, 그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러시아의 침공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란과 이스라엘,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듯 핵은 여전히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미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어떤 협정도 우크라이나가 쉽게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세 인물의 요구 사이에서 교집합은 어디일까?
푸틴은 최소한 제재 해제와 나토 가입 불가를 원하고, 젤렌스키는 영토와 군사력 유지가 필수다. 트럼프는 전쟁을 빠르게 끝내야 한다. 사실 트럼프가 나토가입 없이 따로 유럽 혹은 미국과 군사지원 협정을 맺는 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켜줄 수 있겠으나, 그동안의 트럼프의 언행을 보면 자신의 임기 이후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보인다. 과연 그가 우크라이나를 지켜주기 위해 자국 군대를 희생하는 협정을 체결시에 짊어질 국내의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매우 어려워 보인다.
결국 현실적인 절충은 영토 문제를 동결한 채,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유지와 대규모 경제 지원을 보장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에는 조건부 제재 해제를 제공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합의로, 모든 당사자가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협상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아닌 특정 국가 하나가 희생하는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