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발전과 쇠락

기술

by 기린

이라크 바그다드는 최근 건설 붐을 맞으며 크레인과 공사 소리가 도시 전역을 채우고 있다. 수다니 총리는 취임 이후 20개의 교량과 수천 개의 학교, 새로운 병원과 호텔을 건설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BP와 같은 국제 석유기업도 복귀했고, 투자자들이 이라크로 돌아오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여권은 45분 만에 발급되고, 세관 수입은 과거의 몇 배로 늘어났다. 공무원 급여와 행정 수수료는 은행카드로만 지급되며 금융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수다니 총리는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와 정면충돌을 피하며 그들이 경제적으로 더 비대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부패는 여전하고 에너지 개혁은 좌절됐으며, 1,000만 명이 넘는 비대한 공무원 조직도 손대지 못했다. 지난해 연구원 납치 사건에서 정부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 것은 그의 권력 한계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4,600만 명의 젊은 사회는 여전히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총선에서 이란계 정치 세력이 결집하면 수다니의 개혁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https://www.economist.com/middle-east-and-africa/2025/09/04/the-worlds-surprise-boomtown-baghdad

미국의 패권과 그에 도전하는 중국, 그리고 다극화되는 세계, 글로벌 사우스 등 사람들은 세계의 패권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이 기사를 읽으며 그 밑의 개도국과 중간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를 바 없었던 대한민국은 현재 GDP 12위 국가로 성장했다.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국가는 한정되어 있지만, 지금 아프리카처럼 세계 주요 시장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국가들 중 일부가 앞으로 메이저로 올라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이 성장한 배경에는 산업 세대교체에 올라탄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성장한 한국처럼, 지금은 AI 기술혁명이 진행 중이다. 이 흐름은 선진국이 대규모 투자로 주도하고 있지만, 세상이 변화하면서 기술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어도 앱을 만들어 파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능해졌고, 그 난이도도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 개도국은 이미 틈새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케냐의 M-Pesa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확산됐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글로벌 게임·앱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 이들 국가는 하드웨어 없이도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제약도 분명하다. 한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변화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보장, 해외 원조와 차관, 교육과 인프라 투자, 상대적으로 단일한 국민 정체성 같은 조건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개도국들이 단순히 앱이나 디지털 서비스에 올라탄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처럼 성장할 수는 없다. 정치적 안정, 제도적 신뢰, 교육과 인프라 같은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기회도 쉽게 사라진다.

반대로 현재의 선진국들은 저마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미래 성장 동력을 잠식당하고 있다. 복지 지출 부담, 저출산, 지방 소멸, 양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IMF는 향후 한국의 성장률 둔화를 경고하며 장기적으로 GDP 순위 하락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뿐 아니라 현재 6~8위에 자리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 역시 재정적자와 정부 지출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재무장관의 입에서 IMF 구제금융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경제 10위권 국가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강대국의 쇠퇴는 대체로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라, 세대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지금이 바로 그 과정을 목격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다시 한 번 거대한 기술 변화를 겪는 지금, 세계 경제 순위가 뒤바뀌는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 흐름 속에서 또 한 번 기술 세대교체의 파도를 타고, 쇠퇴가 아닌 도약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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