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현대 선진국들은 대부분 같은 문제를 갖고있고 이전에 적은 글에도 여러가지 이유를 서술했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감소, 인건비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며 노동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며, 그 문제에 있어서 가장 선봉에 있다.
어떠한 정책이 시행되는 것에 있어서 장단점이 공존하며, 이민을 받는 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가 아니라, 그 선택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느냐이다.
한국은 이미 오랜 기간 막대한 세금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정책과 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사회는 냉소적으로 변했다.
이민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을 여는 것보다 외국인이 살고 싶어지는 나라가 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한국은 여러모로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 주변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거대한 경쟁국이 있고, 이들 또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빠르게 세계적 인지도를 쌓았지만, 언어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한국어는 발음·문자·문법 모두 다른 언어와 겹치지 않아 외국인에게 배우기 어려운 언어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누군가가 한국으로 와서 일한다면, 그 자체가 큰 결심이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한국을 떠날 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면,
그건 단기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노동 유입 구조 전체를 약화시키는 장기적 손실이 될 것이다.
이민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질문이 있다.
“정말 사람이 필요한가?”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AI와 안드로이드가 인력을 대체하고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 줄어들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시점을 고려해 볼 때, 노동력은 지금 당장 필요하고 기술의 발전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당장의 노동력을 얻기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절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많은 선진국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지만,
한국은 사람 자체가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약 4% 수준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호주 수준인 15%까지 끌어올리면 인구 감소로 인한 GDP 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작용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많은 국가가 이민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들 대부분이, 이민자 2세대의 정체성 혼란과 사회 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문화 충돌의 결과가 아니다. 그건 이민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이후의 정착과 통합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 국가들의 공통된 실패다.
이민정책은 문을 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이후 수십 년간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짜 정책이다.
한국 사회를 보면 그 가능성은 더 우려스럽다.
이미 내부적으로 세대, 계층, 이념으로 나뉘어 갈등이 깊은 사회다.
배려나 통합에 대한 신뢰는 희미해졌고,
이런 상태에서 외국인 문제를 수용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필자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게다가 한국은 근본적으로 ‘이민’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는 대부분 고용비자에 불과하고,
한국 국적을 얻는 길은 결혼이나 재외동포를 통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귀화’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체류 → 영주 → 시민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있지만,
한국은 그 중간 다리가 무너져 있다.
외국인이 한국을 배우고, 정착하고, 시민으로 전환되는 제도적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민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니 담당 부서도 없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말 그대로 ‘관리 기관’이지,
외국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이민 정책 기관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민청을 만들면 불법체류자를 합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말하지만,
그건 제도를 설계하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지금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이민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외국인을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한다.
그들을 단순한 노동력으로 취급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민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외국인을 단순히 일시적 노동력으로만 볼 것인지,
우리 사회의 미래 구성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전혀 달라진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곧,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