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게 도전하는 기업들

GPU/구글

by 기린

구글이 자체 AI 칩인 TPU로 최신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외부에 판매하면서, 엔비디아의 GPU 독점이 처음으로 실질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TPU는 GPU보다 훨씬 저렴하고, 구글은 이미 대규모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CUDA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GPU의 범용성을 바탕으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독점이 깨질 위험은 커졌지만,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5/11/25/google-has-pierced-nvidias-aura-of-invulnerability

젠슨 황이 한국에 와서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말했을 때, 필자는 환호보다 의문이 먼저 들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수년치 물량을 선주문한 상황에서, 한국에 신규로 26만 장을 추가 공급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 그리고 한국 기업들을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 안에 묶어 두려는 시도라는 기존 해석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지금 엔비디아의 칩을 기다리는 것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이미 줄을 선 글로벌 빅테크들이다. 그런데 그들을 제치고 한국에 대규모 물량을 배정한다? 기존 고객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최근 구글의 TPU 전략을 다룬 기사를 읽으며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전제가 바뀌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 ‘수요가 일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가정이 가능해졌다. 앤트로픽이 TPU 사용 계약을 발표했고, 메타 역시 구글 칩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종속을 원하지 않고, 구글은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젠슨 황의 발언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인다. 물량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일종의 ‘선점 메시지’에 가깝다. 특히 한국은 아직 특정 생태계에 완전히 묶이지 않은 핵심 시장이다. 구글, 아마존, 자체 칩 생태계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엔비디아 쪽으로 확실히 당겨 두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26만 장이라는 숫자는 물리적 약속이 아니라 정치적 숫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독점의 균열을 가장 먼저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을 감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GPU를 통한 독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 편입을 통한 속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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