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비상 안전망

AI

by 기린

얼마 전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인해 전 세계 인터넷 접속에 대규모 오류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고, 수많은 서비스가 동시에 멈췄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사고를 넘어, 지금의 사회 구조 자체가 얼마나 취약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처럼 느껴졌다.

현재 인공지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산업과 기업이 AI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AI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안드로이드 기술까지 충분히 발전한다고 가정한다면, AI가 물리적으로 개입하지 못할 영역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AI가 스스로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전력망, 데이터센터, 서버, 통신 인프라 같은 수많은 기반 시스템 위에 서 있다. 그중 하나라도 균열이 생기면, AI 역시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가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영화 ‘매트릭스’나 ‘트랜스포머’처럼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인간을 돕기 위해 존재하던 AI에 너무 많은 기능을 의존한 나머지, 그 AI가 멈췄을 때 사회 전체가 스스로 붕괴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떠오른 것이 한국의 식량 정책이다. 한국에서는 국내 생산 농작물이 수입 농산물보다 훨씬 비싸고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식량 안보’라는 이유로 자국 생산을 장려하고 시장 개방을 제한해왔다. 물론 정치적 계산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식량 안보라는 명분 자체가 단순한 허울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수입이 막혔을 때,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합리성을 가진다.

AI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율성만을 이유로 모든 시스템을 AI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멈췄을 때에도 최소한 작동 가능한 ‘인간 기반의 주권 인프라’를 의도적으로 남겨야 한다. 지금은 자동화되지 않은 산업이 비효율적이고 낙후된 영역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오히려 자동화 없이도 운영 가능한 산업이 비상 상황에서 회복력을 갖춘 중요한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비상시를 대비한 인프라는, 비상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낭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의존이 깊어질수록, 대비하지 않았을 때의 붕괴는 훨씬 치명적이 된다.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를 남겨두는 것. 아마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 사회가 끝까지 붙잡아야 할 최후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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