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완커

by 기린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2021년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당국의 정보 통제 강화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부정적인 게시물을 단속하고, 민간 부동산 데이터 공개를 막는 등 정부의 개입이 늘어났지만, 이는 나쁜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영 지원을 받는 대형 부동산 기업 완커는 디폴트 위기에 몰려 있고, 신규 주택 판매와 건설, 투자 모두 2021년 정점 대비 크게 감소했다. 특히 집값 하락이 심각해, 2011~2021년 동안의 가격 상승분 중 약 85%가 이미 사라졌다. 이는 2007년 미국 주택 붕괴보다도 더 큰 조정이다.

문제는 집값이 얼마나 더, 얼마나 오래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식 통계는 대도시 위주로 작성돼 중소도시의 심각한 하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체감 하락 폭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분석가들은 기존 주택 가격이 추가로 40% 더 하락할 수 있고, 부동산 위기가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이유로는 지방정부의 가격 통제, 주택 보유세 부재, 그리고 유휴 투자용 주택의 과도한 누적이 꼽힌다.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한 개입은 오히려 미분양 해소를 늦추고 시장 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주택이 시장을 좌우하게 됐지만, 보유세가 없어 매물이 천천히 나오면서 가격 하락은 완만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5/12/30/chinas-property-woes-could-last-until-2030

중국의 건설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몇 년 전의 헝다 사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당시 시장에서는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헝다처럼 거대한 기업은 결국 중국 공산당이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강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오히려 헝다를 살려주지 않겠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냈고, 결국 헝다는 청산에 이르렀다.

중국 기업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국내 투자자에서 보면, “또 하나의 대기업”이라는 말만으로는 완커가 어느 정도의 기업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완커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상징적인 기업으로, 약 1.8조 위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LH와 대형 건설사가 결합된 형태에 가깝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번에도 완커의 붕괴를 그대로 지켜볼까. 하지만 완커마저 헝다의 전철을 밟게 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헝다의 파산은 여전히 중국 경제에 후유증을 남기고 있고, 중국의 집값은 이미 상당 부분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완커처럼 체제적으로 중요한 기업까지 파산시킨다면, 그 부담은 중국 공산당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헝다가 과도한 레버리지로 부풀려진 민영기업이었다면, 완커는 실질적으로 국영 자본이 최대주주로 자리한 기업이다.

또한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으며, 현재 중국이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커를 헝다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기는 더욱 어렵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가능성도 떠오른다. 일본을 보고 배운 한국, 그리고 한국을 보고 배운 중국을 떠올리면, 부동산에 자본이 과도하게 몰릴 때 발생하는 문제는 이미 충분히 학습된 주제다. 그렇다면 중국이 부동산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크게 훼손하고 자본의 방향을 강제로 바꾸려 할 가능성은 없을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엄청난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이런 선택이 쉽지 않지만, 공산당 체제의 중국이라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선택지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의문은 남는다. 부동산을 희생시켜 자본을 이동시키려면, 그 자본이 흘러갈 명확한 목적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그 대안을 아직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완커의 규모를 시가총액이 아닌 자산 규모로 설명하게 되는 이유에는 부동산 기업의 특수성도 있지만,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가총액이 기업의 실제 중요도나 생존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금융위기라기보다, 신뢰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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