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네 게스트하우스
얇은 이불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고를 반복했다. 이불 속에서 뚫어 질 듯 핸드폰을 보던 기영은 잠시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최신 유행으로 바뀌어 있다.
“아! 그냥 못 가게 됐다고 하고 취소해 버릴까?”
주말 내내 찾아본 아르바이트 중 기영이 마땅히 할만한 일은 없었다. 필요한 것에 비해 받을 수 있는 돈이 터무니없이 너무 적었다. 며칠씩 집을 비우거나 밤을 세워야 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 일을 하자면 음악을 포기해야 했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도 길었다.
“하루 손해 보는 셈치고 해보지 뭐. 영 아니면 내일부터 안 하면 그만 이잖아.”
기영은 답답한 마음에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현관문을 열자 아직 축축한 새벽 공기가 그의 머리 속으로 들어와 손가락 끝까지 헤집고 다녔다.
홍대 거리는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지만 지금 같은 이른 새벽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잘못 빠져 들어온 것처럼 거리는 텅 비어 버렸고 대부분의 조명도 사라졌다. 그와 함께 사람의 온기도 사라져 버렸다. 기영은 서늘함에 한쪽 팔을 쓰다듬었다.
같은 곳이라도 시간에 따라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 이 길도 그랬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나타났다. 큰길 바로 옆인데도 그 동안은 마치 없던 건물처럼 알아보지 못했다.
기영은 커다랗게 “유기동물 보호센터”라고 붙어 있는 유리문 앞에 멈췄다. 불투명한 코팅지가 높게 붙어 있어서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멀리 삼거리에서 누군가가 기영에게 손을 흔들었다. 텅 빈 거리에 오직 기영과 그 사람뿐이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걸음이 빨라진 기영에게 그 사람의 얼굴이 또렸하게 들어왔다. 아는 사람 같긴 한데, 입은 웃고 있으면서 눈은 심각한, 그런 이상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엇!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
순간적으로 면접을 봤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확실했다. 기영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뛰다시피 속도를 냈다. 다가갈수록 그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면접에서 한번 만났을 뿐인데 이 시간에 보니 한편으로는 반가운 것 같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 사장님! 이 시간에 뭐하세요? 아까는 어두워서 몰라뵜어요.”
주인아저씨는 입을 딱 벌리고 쇳소리가 섞여있는 듯한 독특한 쉰 웃음소리를 냈다.
“나 그쪽 기다리고 있지. 헤어 스타일 바꿨네?”
“머리를 하긴 했는데, 근데 저 기다리신 거예요? 여기서요?”
“응. 아직 밥 안 먹었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파. 혹시 국수 좋아하나?”
“네. 뭐.. 근데 원래 아침을 잘 안 먹어서 괜찮은데.”
주인아저씨가 먼저 돌아서서 걸었다.
“여기 국수가 꽤 괜찮거든? 날씨도 쌀쌀한데 한번 먹어봐. 가족이 하는 곳이야.”
“네, 근데요.”
기영은 궁금해 못 참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저, 진짜 저 기다리신 거예요? 사장님? 이 시간에?”
“어허! 이 사람이 순진한 건가. 그걸 믿네? 나 그냥 새벽에 갑자기 일 때문에 나왔다가 국수 먹으러 온 거야.”
잠시 말없이 걸었다. 특별히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했다. 갑자기 주인아저씨가 툭하고 내뱉었다.
“아저씨.”
“네?”
“아저씨라고 불러, 사장님 말고. 난 그게 더 듣기 좋더라고.”
“네. 아저씨.”
익숙한 듯 국수집의 문이 열리고 기영이 따라 들어갔다. 이른 새벽이라 모든 테이블이 비어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찍 오셨네.”
“새벽부터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요. 자, 우린 저~ 쪽으로 앉지. 창가에. 좋~잖아, 스카이라운지 같고, 창 밖도 아름답고.”
단골집인지 자기 집처럼 거침이 없었다. 기영의 눈에 창 밖은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이라서 제대로 보이는 곳조차 없었다. 아저씨는 지나가는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감탄했다.
“아! 저기 저기, 강아지 지나간다. 고 녀석 어느 집 강아지야? 이쁘기도 하네. 이쁘지?”
기영은 아저씨의 시선을 따라가며 앉았다. 아저씨가 코팅 된 메뉴 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기영이 슬쩍 집어 들었다. 강아지를 보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습관처럼 손을 들고 주문을 한다.
“여기 국수 꼽!빼기로 둘요.”
“네, 금방 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기영은 조용히 메뉴판을 내리고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인아저씨는 강아지가 사라질 때까지 마치 개를 처음 본 사람 마냥 신기한 듯 쳐다봤다. 그의 얼굴에서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강아지가 골목 안쪽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창 밖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 자리가 젤 좋아. 다 내다 보이고. 봐봐, 저기 강아지 지나간 쪽에 우리 집도 보이잖아.”
이상하리만큼 들떠서 창문 밖 게스트하우스 쪽을 가리켰다. 낡은 게스트하우스 건물 전체가 들어왔지만 어두운 새벽에 가려져 희미하고 무거워 보인다.
“강아지 좋아하시나 봐요?”
아저씨가 가리키는 것들에는 별로 관심 없는 듯 건조하게 물었다.
“강아지? 아, 동물은 다 좋아해. 그리고 뭐, 강아지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여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야 키울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지. 왜? 강아지 싫어해?”
“아뇨. 저도 강아지 좋아해요.”
“근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내가 그때 바빠서 이름도 못 물어봤네.”
“네. 이기영입니다.”
“그래? 기영씨, 그땐 너무 바빠서. 미안해요. 한참 반지하층 전기 고치느라 뭐 좀 찾고 있을 때라서. 전기가 나가면 냉장고고 뭐고 다 스톱 돼서 공사 끝날 때까지는 그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쓰거든. 그래서 내가 마음이 좀 급했어.”
기영은 관심 없는 듯, 컵 두 개에 물을 부었다. 사실 이런 자리 자체가 불편했다. 잘 모르는 오십대 아저씨와 단 둘이 앉아서 먹는 아침이라니.
“아 참. 지난번에는 기타를 가지고 왔던데, 기타는 잘 쳐?”
“네. 뭐 조금요.”
기영이 물을 따르는 모습을 건조한 웃음으로 지켜 보다가 말했다.
“하고 다니는 거 보면 학생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
“네. 지금 휴학 중이에요. 컴퓨터 전공하다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친구들하고 음악 해보려고 연습실 얻고 휴학했어요.”
“오~, 그러면 밴드야? 이 주변에 연습실 비싼데 힘들겠네. 근데 우리나라에서 맞는 전공 찾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휴학까지 했나?”
기영은 대답 대신 어색한 웃음을 웃어 보였지만 그런 개인적인 일까지 참견하는 것은 특히 달갑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이 일을 해야 할 지 고민하던 기영에게 모든 상황은 점점 안 좋은 쪽으로 기울었다. 개인적인 간섭, 새벽의 일. 모든 상황이 기영을 형식적인 대답을 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었다. 아저씨는 기영이 따라 놓은 물을 한꺼번에 마셔버렸다.
물을 마시는 모습조차 힘들어 보이던 아저씨였지만 이상하게도 기영에게는 최대한 부드럽게 대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다.
“그럼 밴드에서는 뭐 하는데?”
“곡 만들고 연주도 하고 그래요. 악기는 몇 개 다루는데 노래는 잘 못해서 보컬은 따로 알아보고 있고요.”
“어쨌든 잘됐네. 나중에 여기 사람들한테 연주 한번 해줘. 의외로 여기 오는 사람들이 음악 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취미건 직업이건.”
기영은 일과 관계없는 질문들이 오가는 것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모든 대답을 형식적으로 하고는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자 결국 중간에 끊기로 했다.
“시끄러운 건 주변에서 신고 들어가니까 안 되고 잔잔한 걸로. 요즘은 뭐 사람들이 와서 시끄럽다고 얘기도 안 해. 그냥 바로 신고해 버리지. 그게 서로 얼굴도 안보고 편하거든.”
“근데, 저··· 아저씨.”
“응?”
“저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해요?”
“아! 맞다. 영어는 좀 해? 여기에 외국인들이 꽤 많이 오거든.”
“혼자 배낭 여행 다니는 정돈데 잘은 못해요.”
“그럼 게스트하우스는 많이 가봤겠네. 그냥 거기서 쓰는 정도가 다야. 그 정도면 됐어. 사실 외국인들도 영어 못하는 사람 많으니까.”
“네. 그럼 다른 게스트하우스처럼 손님들 안내하고 그런 건가요?”
“그거하고, 추가로 나하고 다니면서 필요한 곳 수리나 정리 같은 거 하는 거지. 오늘은 첫날이지만 안타깝게도 반지하 집 변기가 잘 안 내려가서 새 걸로 갈아야 해. 허허허, 변기로 신고식을 하겠네.”
“그거야 뭐. 사람 불러서 하는 거니까 감독만 잘 하면.”
기영의 말을 듣고 있던 아저씨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아냐 그냥 우리가 갈아버리면 돼.”
기영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네?”
“그거, 해보면 사실 별거 아냐. 뭔가에 부딪혔는지 변기 아래쪽에 살짝 실금이 갔지 뭐야.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돈데 그것 때문에 물이 잘 안 내려갈 수도 있다네? 원인을 몰라서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한참을 찾았네. 내 참, 뭐든 잘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항상 되게 중요하더라고.”
국수집 아주머니가 김이 오르고 있는 잔치국수 곱빼기 두 그릇을 들고 나왔다. 가격에 비해 한끼로서도 꽤 만족스러운 양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엇! 국수가 나왔네. 감사합니다. 붇기 전에 어서 먹자.”
“네. 잘 먹겠습니다.”
기영은 찜찜한 기분을 뒤로 하고 국수 한 젓가락을 크게 잡아 입에 넣었다. 쌀쌀했던 새벽 날씨에 적응된 기영의 몸이 녹기 시작했다. 따뜻한 멸치 국물과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그릇을 통째로 들고 후루룩 마시자 차가웠던 손가락 끝까지 온기가 전해졌다.
게스트하우스 반지하의 2호실이 시끌시끌하다. 좁은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주인아저씨의 등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워낙 좁은 화장실이라서 그가 자리를 잡고 나자 널찍한 등에 모든 것이 파묻혀 버렸다.
아저씨는 바로 앞에 있는 변기를 붙잡고 버텼다.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자세를 잡다 보니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많지 않았다.
“아저씨, 헉헉, 이거 맞죠?”
기영이 세 번째로 공구를 들고 뛰어 들어왔다. 아저씨는 체념한 듯 감정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말을 했다.
“아니, 그거 말고. 거기 빨간 공구 통 말고 검은색 통에 보면 빨간 손잡이 달린 거 있어. 대가리 구부러진 거. 그걸로 가져와.”
기영은 손에 있는 공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도 역시 빨간 손잡이가 달려 있고 대가리가 구부러져 있다.
“아 빨리빨리”
“네. 검은 통, 빨간 손잡이. 검은 통, 빨간.”
기영이 급하게 뛰어나가고 동시에 변기를 버티고 있던 주인아저씨의 팔과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다가오다가도 공간이 없어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변기가 흔들릴 때 마다 튀어 오르는 물에 소스라치게 뒷걸음질을 치며 인상을 찡그리고 탄식을 내뱉었다.
창고로 뛰어 들어온 기영은 선반 위의 공구 통을 찾기 시작했다. 빨간 공구 통 두 개가 있고 각 공구 통 위에는 검은 공구통들이 포개져 있었다.
“검은 공구통, 검은 공구통, 아! 이건가 보네.”
검은 공구통을 내리자 가려졌던 작은 검은색 공구통이 나타났다. 기영은 위의 검은 공구통 두 개와 바닥에 내린 검은 공구통 하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엇? 검은 공구통 두 개라고 했는데? 에이 몰라, 빨간 손잡이라고 했으니까, 일단 열어보면 알 수...”
위쪽 검은 공구 통 두 개를 열자 그 안의 모든 공구에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모두 빨간 색이다.
“헉!”
당황한 기영은 천천히 바닥에 있는 마지막 검은 공구 통의 손잡이를 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아, 제발 제발..”
공구통을 열고 한쪽 눈만 치켜 떴다. 온통 붉은색 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씨, 장난해 지금? 몰라.”
기영은 양손에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세개씩 집어 들고 뛰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