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ARETTE ~ NAJERA, 10th Day
나바레떼에서 출발하여 약 16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나헤라에 도착했다. 어제 하루를 쉬었는데도 쉽게 지쳐온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중간 마을들을 거치면서도 예전과는 다르게 무척 멀게 느껴지고,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다. 게다가 어제 왔던 폭우로 발은 진흙에 푹푹 빠져 들었다.
오늘은 그 동안 매일 습관처럼 찍었던 사진이나 비디오를 포기하고, 16킬로미터를 그냥 천천히 걸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는데도 힘들게 느껴지는 하루다. 힘이 없으니 무엇이든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의 가장 커다란 슈퍼마켓을 수소문해 달려가 먹을 것들을 무조건 사기 시작했다. 오늘은 얼마가 들더라도 배를 한껏 채워볼 요량이었다. 처음 보는 문어 통조림도 사고, 이름 모를 고기 통조림, 과일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손에 잡히는 대로 봉투에 넣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정말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을 때까지 억지로 꾸역꾸역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했다. 맛은 어차피 상관없었다. 이 음식들이 내일 힘을 찾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의 일정은 어려울 것 같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비도 오고 하늘도 어두워, 일찍 자리에 누워서 이어폰을 꽂고 책을 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도 단 한 글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읽고 있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마음속은 너무 혼란스럽다. 세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는 생각,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슬픔과 외로움 등의 감정들이 뒤엉켜, 서로 각각의 자리도 없이 섞여가고 있었다. 새로운 색을 내지는 못하고 각각의 색이 서로를 밀어내며 점점 거미줄처럼 엉켜가고 있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다.
저녁부터 다시 내린 비는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