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ROJERIZ ~ FROMISTA, 17th Day
어제와 같은 새벽을 기대하며 아침 길을 열었다. 꿈같던 어제의 새벽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음의 고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일생의 단 하루, 그것도 한정된 새벽이라고 생각하니 그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제와 같이 춥고 새벽부터 넓은 밀밭을 걷지만 역시 오늘은 어제와 같지 않다. 아침부터 팻 일행과 함께 걸었다. 함께였지만 나란히가 아닌 일렬로 자기의 페이스에 맞춰 걷는다. 새벽 추위로 긴팔 윗도리에 조끼, 점퍼까지 껴 입었지만 메세타의 쌀쌀한 공기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하지만 어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두어 시간을 걷다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급경사가 보인다. 앞을 향한 시선이 다시 평지를 만나고 그 평지는 지평선 끝까지 이어졌다. 넓은 바둑판을 보는 것 같다.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듯한 넓은 벌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지평선의 끝에는 오늘 가야 할 마을인 프로미스타가 보일 듯도 했지만 끝도 없는 벌판만 눈에 들어왔다.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몸으로 느껴질 만큼 기온도 올랐다. 점퍼를 벗고, 조끼를 벗고, 긴 팔 윗도리를 걷어붙였다. 주변의 노란 밀밭이 줄어들고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날 무렵 도시가 나타났다. 마치 끝날 것 같지 않던 밀밭이 사라지고 깨끗하고 정돈된 작은 도시로 들어섰다. ‘프로미스타’였다. 11세기 스페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표 건물이라는 이글레시아 데 산 마틴((Iglesia de San Martin)이라는 유명한 건물이 있다는 곳이다.
일부러 찾아 나설 필요도 없이 숙소 바로 앞에 그 유명한 건축물이 있었다. 그 동안 건축된 성당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것 중 하나라고 한다.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구조의 흙빛 건물이었다. 성당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 주변으로 늘어선 노천 카페의 그늘에 앉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성당은 또한 에스파냐 로마네스크 양식의 순수함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반원형 아치와 원기둥을 기본으로 한 각각의 지붕 디자인은, 건물을 잘 모르는 나조차도 성당 주변을 몇 바퀴 돌며 어느 각도에서 봐도 그 안정적인 균형을 잃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