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트리지와 치기 어린 사랑노래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첫사랑의 설렘과 좌절을 그대로 담은 연가곡집이다. 처음엔 두근거리는 만남과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곧 질투와 불안이 찾아오고, 끝내는 절망과 죽음으로 닿는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치기 어린 사랑의 궤적이 음악 속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
많은 명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다. 디스카우의 노래는 마치 성숙한 남자가 첫사랑을 회상하는 듯하다. 절제와 통찰이 담겼지만, 때때로 그 성숙함이 곡의 ‘풋내기 청년’과는 어긋나기도 한다. 아저씨의 노래 같은 분위기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보스트리지는 다르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예민하며, 마치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같다. 설렘과 불안, 과장된 희망과 유치한 질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겨울 나그네〉에서 보여준 방랑자의 모습이 이곳에서도 이어지는데, 이번엔 사랑에 휘청이는 청년의 얼굴이다. 치기 어린 감정이 음악 속에서 솔직하게 드러나며, 청춘의 진짜 색깔을 보여준다.
결국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치기 어린 사랑노래”다. 그것을 성숙하게 부르면 삶의 회상담이 되지만, 보스트리지가 노래하면 바로 그 현장의 숨결이 된다. 그래서 그의 해석은 이 작품에 찰떡이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오래전에 흘려보낸 첫사랑의 설렘과 좌절을 다시금 생생하게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