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책의 음악노트 (6) 8월의 크리스마스

북구의 바람과 포근한 품,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1번

by 푸른책

한여름의 입시 준비는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땀 냄새가 밴 도서관에서, 나는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서늘한 세계 속으로 몰입했다. 1악장의 첫 도약은 북구의 칼바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이어지는 2악장은 전혀 달랐다. 포근하게 감싸 안는 듯한 선율은, 마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따뜻한 설렘을 전해주었다. 광활한 자연의 스케일이 음악 속에 펼쳐지며, 나는 현실을 잠시 잊고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3악장. 활달한 리듬과 민속적인 춤곡의 선율은, 북유럽의 대지를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힘차게 몰아친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화려한 패시지는 단순한 기교 과시가 아니라, 차가움과 따뜻함을 모두 견뎌낸 끝에 터져 나오는 해방의 환희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랜 겨울 끝에 맞이하는 봄날의 축제, 혹은 깊은 숲 속에서 울려 퍼지는 민속춤의 열정 같았다.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1868년, 젊은 그리그가 덴마크에서 여름 휴가 중 작곡한 작품이다. 초연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생애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 개정되었을 만큼 애착이 깊었다. 그리그는 작곡가로서 작은 체구(152cm 남짓)였지만, 그의 음악은 노르웨이 산맥처럼 장엄했다. 또 아내 니나에게 영감을 받아 많은 곡을 쓴 애정 어린 예술가였고, 이 협주곡 역시 젊은 날의 사랑과 열정이 녹아든 작품이다.



나는 백건우의 낙소스 음반에서 시종일관 건반을 주무르듯 다루는 생생함을 느꼈고,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연주에서는 팀파니와 함께 문을 두드리듯 열리는 1악장의 힘을 느꼈다. 그러나 다시 곡을 끝까지 들어내려갈 때, 결국 마음에 남는 것은 3악장의 해방감이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차가움 끝에 찾아오는 기쁨은 더없이 따뜻했다.



그렇다면 이 협주곡은 결국 차가운 자연의 반영일까, 아니면 그 차가움을 견뎌낸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따스한 선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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