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데우는 시간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침에 켠 라디오의 노래가 밤까지 맴돌고,
사람의 말보다 바람의 소리가 더 반갑다.
그럴 때면 나는 천상병 시인을 생각한다.
탁주 한사발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별빛을 술잔에 띄워놓고 웃던 사람.
그는 가진 게 없어도 마음이 부자였고,
슬픔조차도 따뜻하게 데워 마실 줄 알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무게를 다 내려놓고,
가벼운 한숨조차 음악처럼 흘려보내는 사람.
오늘의 피로를 탁주에 풀고,
내일의 희망을 그 잔 속에 띄우는 사람.
인생은 결국, 천천히 식어가는 술 한잔 같다.
급히 들이키면 쓴맛이 남지만,
조금 식혀 마시면 달고 부드럽다.
나는 그 달고 부드러운 인생의 한 모금을,
지금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