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lackberry Winter

by 푸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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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조금 느슨해졌다고 생각했다. 차갑긴 했지만 견딜 만했고, 하루 중 어느 시간에는 햇빛이 방 안까지 깊게 들어왔다. 공기가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음을 단단히 잠가둘 필요는 없었다. 그 정도의 겨울은 사람을 지치게 하기보다, 조용히 지나가게 만든다.



그런데 근래 들어 겨울이 다시 본모습을 드러냈다. 숨을 들이마시면 목 안쪽이 먼저 차가워지고, 바람은 스쳐 지나가기보다 살갗을 얇게 긁는다. 코끝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오면 몸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그 움츠러듦이 곧 마음까지 데려간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새 흔들리고, 잠깐 내려놓았던 경계가 다시 올라간다.



이럴 때 고통은 한 번 더 기억을 건드린다. 예전에 끝냈다고 생각했던 일이 다시 반복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때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괜찮아진 줄 알았던 마음이 다시 얼어붙는 이유는, 아직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던 무엇이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때의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자리를 바꿔두고 있다가 어느 계절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도 나는 알고 있다. 겨울이 깊어지는 건 계절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더 차가워졌다는 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삶도 그렇다. 시련이 다가오면 우리는 무너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시 삶을 바라보는 중이다. 무엇이 나를 흔들고 무엇이 나를 지탱하는지,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추위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사람을 정직하게 만든다.



나는 봄을 기다린다. 그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경험에 가까운 믿음이다. 결국 따뜻해지는 때가 온다는 것을, 마음은 다시 풀린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지나오며 배웠다. 그래서 오늘의 겨울 앞에서 나는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얼어붙는 마음을 억지로 부정하지도 않기로 한다. 다만 이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에도, 다시 따뜻해질 나를 잊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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