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를 다시 듣기 전에
재즈를 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이 음악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름이 붙고, 구분되고, 설명되면서
재즈는 점점 안전한 자리에 놓였다.
하지만 재즈는
원래 그렇게 정리되기 쉬운 음악이 아니었다.
이 음악은 자주 갈라졌다.
사람들이 몰려오면 한 걸음 물러났고,
이해되기 시작하면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잘 들리던 순간보다
잘 들리지 않던 순간이 더 많았다.
그 선택들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늘 어떤 사람의 결정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이는
질서를 끝까지 붙잡았고,
어떤 이는
그 질서를 견디지 못했다.
어떤 이는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연주했고,
어떤 이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던 소리를 택했다.
재즈는 그 차이에서 움직였다.
우리는 종종
재즈의 변화를 소리로만 설명한다.
리듬이 바뀌고,
화성이 넓어지고,
형식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잃을 수 있었는지,
무엇만은 포기할 수 없었는지.
그 조건을 모르면
어떤 연주는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 연재는
재즈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매 시기마다
결정적인 인물 한 사람을 오래 바라본다.
그가 어떤 소리를 냈는지보다
왜 그 소리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는지를.
그 선택이
이후의 재즈를 어디로 밀어 놓았는지를.
재즈의 역사는
그렇게 이어진 선택들의 기록이다.
재즈에는
이상하리만큼
안으로 향하는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연주를 통해
자신을 정리하려 했던 사람들,
세상과의 거리를 다시 재던 사람들,
어떤 이는
소리를 넘어 침묵에 가까운 지점까지 갔다.
그들의 음악은
설명보다 질문에 가깝고,
연주라기보다
하나의 태도로 남아 있다.
이 글들은
재즈를 새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다만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음악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들어보려는 기록이다.
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쩌면 아직
충분히 들리지도 않았다.
다음 글에서는
재즈가 아직 자기 이름을 갖기 전,
질서와 자유가
같은 공간에 놓이기 시작하던 시점으로 돌아간다.
아직 아무도
이 음악을 재즈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던 때다.
— 연재 〈새로 쓰는 재즈 히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