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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어리 May 22. 2024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은 나를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더 넓은 시간을 누리자.

꾸준함.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수필을 읽었다. 장거리 러너로써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회고록 같은 느낌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느끼는 ’꾸준함‘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꾸준함은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 공부도 모두가 알듯이 한 순간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일에 있어서도 나의 ‘스펙’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갖추기 위해선 꾸준히 한 분야에서 일해야 할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사랑도 우정도 꾸준한 연락, 만남, 관심 등이 받쳐줘야 지속될 것이다.


- 일확천금이 더 좋다.


꾸준함, 근면함, 성실함이라는 단어는 지금 청년세대에게는 잔소리 같은 단어들이다. 젊음이 있을 때 꾸준히 해서 성공의 궤도에 올라타라는 수많은 사람의 조언이 인터넷과 책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삶으로 증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청년들에겐 그런 말은 와닿지 않는다. 이것이 근본적인 세대갈등의 원인이다.


청년들이 이 말을 들을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면 꾸준함을 하기 위한 동기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한다. 꾸준함을 실천했을 때 나에게 올 수 있는 수많은 이익들. 그것이 보장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달릴 것이다. 하지만 일도 투자도 관계도 현시대에선 꾸준함이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과거 시대엔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성공해도 적당히 성공하고 실패해도 적당히 실패한다. 격차가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상황이니 실천해도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극단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 있다. 꾸준함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혹은 방향이 옳았었지만 세상이 변해 패자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만큼 암울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꾸준히 쌓아서 완성해 나간다는 개념은 마음에 와닿지 않게 되는 것이다. 끝까지 보아야 결말을 알 수 있는 영화, 길게 쓰인 글 같은 것을 보지 않고 10분짜리 영화 리뷰, 3줄 요약 같은 기다림을 요하지 않는 것들을 원하게 된다. 돈을 버는 것에 있어서도 자산관리를 통해 미래에 나의 노후에 현재 자산을 보낸다는 개념보다는 당장 다음 주에라도 빠르게 자산이 증식될지 모르는 코인과 투기성 주식에 몰두한다.


- 변해버린 시간개념


이 모든 것을 꾸준함이 없는, 진득하게 기다릴 줄 모르는 청년을 탓할 수는 없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 뇌에서 받아들이는 시간 개념이 달라졌다. 최근에 뇌과학 팟캐스트에서 시간 개념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요는 이렇다.


과거의 인간은 시간 개념이 현재와 달랐다. 독일의 한 마을에는 나무를 벨 때마다 새롭게 심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그 나무는 다 자라서 베어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130년이 걸린다. 그들에게 130년 뒤의 미래는 현재 행동하기 위한 동기가 되었으며 후손들의 삶까지도 생각했다. 이것이 그들의 시간개념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30년 뒤의 나를 위한 투자도 현재 내 행동의 동기가 되지 않는다. 인식하는 시간의 개념이 좁아진 것이다. 50년 뒤의 인류를 위한 지구 온난화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위한 일일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나는 모두가 환경 보호를 위해 힘쓰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30년 뒤, 50년 뒤는 내가 너무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나는 몇 시간 뒤의 나조차도 인식하지 않는다. 1시간 뒤 야식을 먹고 속을 불편해할 나를 분명히 알고 있는데 나는 배달어플을 켠다. 몇 분 뒤에 후회할 걸 알면서도 침대에 누워 쇼츠와 릴스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허비한다.


수 백, 수 천년 뒤의 후손들을 위해 남겨뒀던 벽화, 수 십 년 뒤를 후손을 위한 나무 심기. 종국엔 몇 초 뒤도 신경 쓰지 못하는 나.


수 백 년을 살아가던 인류는 수 초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니 이들에게 꾸준함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 만족 지연을 찾아 나서기


마시멜로 테스트라고 하면 내 또래는 다 알 것이다. 특정 연구원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그들을 추적관찰했다.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하나 받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10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10분 뒤에 한 개 더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연구원은 밖으로 나갔고 아이들을 카메라로 관찰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아이들을 달콤한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했다. 냄새를 맡는 아이, 조물조물해보는 아이, 눈을 가리는 아이. 10분 후 마시멜로를 참은 아이들과 못 참은 아이들이 나뉘었다. 그들을 오랜 시간 추척관찰한 결과 마시멜로를 참았던 아이들이 못 참은 아이들보다 소득 수준, 교육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물론 이 실험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오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하튼 참을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이것은 만족 지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만족 지연이란 미래의 더 큰 성과나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거나 현재 얻을 수 있는 작은 만족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운동과 식단이 그렇다. 몇 달 혹은 몇 년 뒤 건강한 자신의 모습을 위해 현재의 게으름과 싸우고 지침을 이겨내는 것이 대표적인 만족 지연이다.


현재 우리는 세상 모든 것들이 만족 지연을 방해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스마트 기기들이 방해한다. 운동을 하려고 하면 놀거리와 술자리가 생겨난다. 글을 쓰려고 하면 메신저 알림이 울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에 취약해서 즉각 만족을 취하러 간다. 그리고 거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 원리를 따라 하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을 따라 하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롤모델을 두거나 멘토를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 급진적으로 표현하자면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80억 인구는 80억 가지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멘토의 가르침대로 나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이 생각도 아마 1년 뒤면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롤모델이나 멘토로 두고 따라 한다기보다는 멋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관들을 듣고 그 원리만 좀 실천해 보기로 했다.


김연아의 유명한 사진이 있다.



스트레칭하는 김연아에게 기자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세요? “ 그러자 김연아가 답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


현재 나의 모토이다. 우선 그냥 하자. 하지만 그냥 하다 보니 이게 쉽지 않다. 괜한 MBTI 탓을 하게 되고 내 성향이 꾸준히 못하는 타입이라 이렇게 힘든 건가? 다들 꾸준히 하던데 왜 나만 이렇게 하기가 힘들지?라는 생각을 할 때쯤에 박진영 씨의 말을 듣게 됐다.


성시경 유튜브


“삶에서는 두 가지에 에너지가 필요해. 열심히 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올바르게 살려면 에너지가 필요해. 이 두 가지 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들은 안 힘든 것이 아니라 힘든데 참고하는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가며 열심히 살고 있고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와 힘을 써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로써 나의 한 가지 의문은 해결됐다.


아직 남은 의문은 있었다. 언제까지 해야 하지? 언제쯤 결과가 나오지?


이것에 대한 답은 최근 궤도(과학 커뮤니케이터)의 말을 들으며 답을 찾아보았다.


침착맨 유튜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이런 말을 많이 한단 말이야. 근데 나는 노를 평생 젓고 있었어. 물이 안 들어와도 땅을 긁어서라도 앞으로 갈 만큼. 근데 그러다가 물이 들어온 거지. 그니까 앞으로 가더라고. 그러다 다시 물 빠져도 똑같이 난 젓고 땅을 긁고 있을 거야.”


흔히 운이 받쳐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근데 하늘은 두드리는 자에게 비를 내려준다. 내 질문이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이 말을 통해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는 상황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쓸데없는 질문들 하지 말고 꾸준히 달려가다 보면 언젠가 물이 들어올 것이다. 안 들어와도 혹은 들어왔다가 물이 빠져도 땅을 긁으며 앞으로 가는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키의 말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시간에도 역할이 있다. 그리고 시간은 나 같은 사람보다는 훨씬 충실하게, 훨씬 정직하게 그 직무를 다하고 있다. (중략)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해 가게 될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 모두 시간이 충실히 나아가는 것처럼 꾸준히 충실히 달려가보자.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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