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역설적이게도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예가 드라마나 영화의 소제로 자주 등장한다. 그들의 첫인상은 예의 바르고 섬세하며 친절하고 멋진 외모까지 더했으니 싫다 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처음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확신이 들면 돌변한다. 이미 그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들은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괴로운 상황이 된다. 자신 앞에 있는 이성이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고 호의를 베푼다면 사랑에 빠질 확률은 커지게 되는데 많은 여성들은 남자의 헌신을 사랑의 인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는 어느 한쪽만 책임소재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호감이 가다 보면 좋은 면만 보려는 자연스러운 심리가 작용한 이유일 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 말이다.
멜랑콜리(melancholy) 친화형 성격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거절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우려 하여 착한 행동을 한다. 이러한 성향의 사람은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책임감이 강하고, 열심히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착하고 인정받는 모범생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며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이들은 타인에게는 이로움을 주는 사람일지 모르나 자신에게는 스트레스를 주는 주범이다.
타인에게 거부당하지 않기 위해 착한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힘과 권력을 가져서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거나 반대로, 한없이 나약해져서 나약한 자신을 드러내어 함부로 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강함이든 약함이든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거부당하기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거부하지도 않았고 거부당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스스로 자신을 거부 대상으로 여기며 사는 사람도 많다.
우리들은 인정 욕구가 있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한다. 특히 어린 시절 가부장적 분위기, 지시적, 경직된 가족 분위기에서 성장했을 경우 어른이 된 이후에도 다른 사람의 반응에 요동친다.
- 나를 싫어하나?
- 내가 뭘 잘못했나?
- 앞으로 어떡하지? 나 끝장나는 거 아냐?
이러한 내면의 소리는 스스로를 나무라고 다그치게 된다. 상대방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지만 당사자는 비난 또는 거절당함으로 과해서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 팀 프로젝트를 맡은 여성 D는 책임감이 강한 여성이다. 입사초부터 열심히 일했고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배우며 상사들의 인정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프로젝트를 성황리에 끝내고 싶은데 팀원들의 호응은 싸늘하다. 몇 개월 동안 여러 번의 팀 회를 했지만 팀장인 자신만 일하는 기분이 든다. 팀원인 A는 평사원이지만 자신보다 입사를 빨리한 선배여서 뭐라고 말 붙이기가 어렵고 팀원 B는 회사일에는 관심이 없고 연애만 하는 눈치다. 어떻게든 잘해서 잘 마무리를 하고 싶지만 불만을 표현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어 잠도 못 잘 지경이다.
각색한 이야기지만 비슷한 예는 주위에 얼마든지 많다. 팀원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자신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질까 봐 말을 못 하고 있다. 가만있자니 혼자 떠맡은 일 때문에 과부하가 걸린 자신이 탈진상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해결방법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모두와 잘 지내고 모든 일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건강한 자존감이 무엇일까? 늘 당차고 뭐든지 척척 해내는 사람이 떠오르는가?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자신의 삶을 내동댕이 쳐버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라 자신은 실신 직전까지 가다가는 '우울'이라는 녀석의 절친이 될 것이다.
삶은 오래 달리기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계속하고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내려놓자. D가 팀원 모두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겠지만 힘든 부분에 있어서는 역할분담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어차피 관계는 다시 돌고 도는 것이다.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팀원으로 구성될 수 있고 그들이 이직할 수도 있듯이 지금의 감정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도 좋다.
풍선에서 공기 빼기
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돕기 위해 풍선의 예를 든다. 풍선 안에 억압한 마음을 잔뜩 불어넣기만 한다면 이내 터져버린다. 풍선에 바람이 조금 차면 그때그때 빼주고(표현), 또 차면 다시 빼주고... 이런 과정이 조금씩 익숙해지면 겁낼 필요 없다. 한 번의 폭발로 관계를 망칠 위험도 없고 만성 스트레스로 우울감에 휩싸일 확률도 줄어든다.
결국 표현을 제때에 할 타이밍은 처음 그 느낌이 스쳤을 때인 경우가 많다(자신의 성격유형마다 다름). 쌓아두다가 한꺼번에 쏟아질 기회가 오면 말투에 날이서고 그동안의 불만이 한꺼번에 묻어 나오기 때문에 상대방도 기분이 상하게 된다. 처음에 뭔가 서운하거나 불편감이 들면 그때 '바람을 조금 밸 시기구나,,,,'라고 생각하자.
갈등이 생기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뿐이다. 그냥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