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뒷모습 '상처'

by 한꽂쌤

'우리 오늘부터 1일 하자'는 멘트는 서로 호감 있는 남녀가 교제를 시작할 때 하는 말이다. 목소리도 기대에 차있고 눈빛도 기대에 차있고 마음도 한껏 기대에 차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그런 기대를 겁도 없이 품는다.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면 늘 같이 있을 수 있고 원 없이 사랑해줄 수 있다는 기대는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까? 결혼을 할 때 결혼 증명서에 사랑의 유효기간을 적어서 발급해준다면 얼마 동안의 기간이 찍혀서 나올까?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호르몬 변화가 생기고 도파민이 생성되고 2년 후부터는 항체가 생겨 이러한 화학물질이 생겨나지 않아 사랑의 감정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21년 된 커플에서도 여전히 사랑의 화학물질이 그대로 분비된다는 결과도 있다. 한편, 정신과 전문이 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2년이든 21년이든 간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가설'일뿐이라고 말한다.


바라는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실망할 거리도 많다는 것이다.


- 너만은 내 맘을 알아줄 줄 알았어

- 어떻게 너는 나를 그렇게도 모르니

- 우리 사이에 그 정도도 못 바래?


친밀한 사이가 되면 기대감이 생긴다. 지나가는 행인이 자신의 새롭게 파마한 머리를 몰라봐준다고 해서 서운하겠는가? 남편이 부인의 단장한 모습을 모르고 지나쳤을 때 부인 입장에서는 서운한 것이다. 남편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남편은 이 정도 관심을 나에게 가져야지'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나는 일이다. 그 서운함과 화는 다시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60대 중반의 여성 A는 이혼 후 두 아들을 홀로 키웠다. 두 아들은 결혼 후 각자의 가정을 꾸렸지만 식당일을 전전하다가 몸이 아픈 노모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각자 결혼한 후 융자받아 전세 집을 장만했고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데도 빠듯한 생활력이다. 아들들의 형편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는 A '매달 얼마라도 좀 용돈으로 주면 좋으련만, 많이도 말고 조금만이라도 좀 신경 써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 풀이 죽어있다. 두 아들이 장성하기까지 힘들게 키워낸 A기에 늙고 병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아들들에게 건 작은 기대마저 채워지지 않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바라는 마음이 없으면 상처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라는 게 어디 그리 마음먹은 대로 되던 일이던가.


- 아드님들에게 월 몇만 원이라도 좀 지원해달라고 말해보시지 그러세요. 전혀 돈을 벌지 못하시고 아직 국가지원금을 받지 못하시는 상태인데요


라고 주위에서 말을 해보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말을 못 하는 것이고 결국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대가를 기대한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말을 해야 상대가 안다.


유학생 B양은 한국에 와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한다.

친구 1: 너무 속상해, 이번 내 생일에 남자 친구가 인형을 선물했지 뭐야

친구 2: 어머나, 인형? 너무 서운했겠다.

친구 1: 맞아. 내가 무슨 어린애야? 나 닮고 귀여워서 샀다고 하는데 나는 다른 선물을 기대했단 말이야.

유학생 B: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선물이 어떤 건지 말을 했었어야지 않아?

친구 1: 아니, 그걸 내가 꼭 내 입으로 말해야 아나? 내가 이런 선물을 받고 좋아할 줄 안다는 게 정말 더 이해가 안 돼


유학생 B는 한국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지 않고 누군가가 알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의아하다 말한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원하는 선물이 있으면 그것을 남자 친구(여자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동의하에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물을 해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만족감이 크기 대문에 서운할 일이 없이 고마워하게 된다. 표현해야 하는 것 중에는 위로의 말, 경제적인 것, 배려하는 마음 등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이어도 좋다. 당신이 입을 다물고 상상 속에서 기대를 채우려 한다면 절대 상대방은 당신의 진심을 알 수 없다. 자신이 했던 헌신, 자신이 베푼 선한 마음, 친절함은 상대방과 당신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친절을 삼가라.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친절을 계속 베푸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 결코 아니다. 오로지 당신이 홀로 원해서 한 행동일 뿐이다. 더 곪기 전에 당신만의 일방적인 노력은 그만하도록 하자. 홀로 외롭게 베풀던 이기적인 친절을 멈출 때이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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